[분수대] 관광객 바가지 씌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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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9세기 중엽 영국에선 유럽여행 붐이 일었다.

산업혁명으로 돈을 번 부자들이 앞다퉈 호화판 유럽여행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유럽대륙에 건너가자면 언어.교통.숙박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았다.

이를 해결한 것이 토머스 쿡이다.

쿡은 훗날 '근대 관광산업의 아버지' 로 기록됐다.

침례교 전도사였던 쿡은 금주 (禁酒) 운동에 열성이었다.

그는 금주집회에 참석하는 신도들을 위해 철도회사와 교섭해 특별열차를 운영한 경험을 살려 1841년 여행알선업을 시작했다.

오늘날 토머스 쿡은 세계 3대 여행사 중 하나로 1백개 국가, 4천5백개 지점에서 매년 2천만명의 여행객을 상대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관광산업은 세계 최대의 산업이다.

전세계 국내총생산 (GDP) 의 11.6%를 관광산업이 차지하며, 노동인구의 9분의1을 고용하고 있다.

관광산업은 앞으로 매년 8%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은 국가 주요 정책산업으로 관광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4백25만명, 관광수입은 57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관광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5% 수준에 불과해 세계평균에서 크게 뒤진다.

정부는 관광산업을 21세기 핵심 지식기반산업의 하나로 정하고 국가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한국관광은 아직도 볼 것 없고, 비싸고, 불친절하고, 불편한 것이 현실이다.

관광산업은 외국에 우리나라를 알리면서 외화도 벌어들이고 친구도 사귀는 일석삼조 (一石三鳥) 의 산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국인 관광객을 직접 대하는 관광산업 종사자들의 자세다.

관광객들에게 정직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해 좋은 인상을 심어 한국을 다시 찾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관광업계엔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는 악습이 여전히 남아 있다.

주일 (駐日) 한국대사관 보고에 따르면 일본인 관광객들에 대한 한국 여행사들의 바가지 씌우기가 '해도 너무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호텔비.음식값.택시비.면세점 물건가격 등에서 정가의 3~4배를 요구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것이다.

관광산업의 첨병인 여행사들이 이렇다면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앞날은 어둡다.

관광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여행사들의 관광객 바가지 씌우기는 한번 배불리 먹자고 거위를 잡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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