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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스라엘 정권교체의 뜻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중동평화의 앞날이 걸린 것으로까지 평가된 이스라엘 총리.의회선거에서 노동당의 에후드 바락 후보가 총리로 당선됐다.

바락 후보의 당선은 좌초 (坐礁) 상태에 있는 중동평화협상에 한가닥 희망을 걸 수 있게 한다.

이번 선거의 초점은 두가지였다.

우선 지지부진한 중동평화협상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의 심판이다.

지난 93년의 오슬로 협정은 이스라엘 점령지 반환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협상 주역인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95년 과격파에게 암살당하고, 베

냐민 네타냐후가 후임 총리가 되면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점령지 반환을 지연시키고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강행해왔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압력으로 와이밀스 협정이 맺어졌지만 이것 역시 이행하지 않고 있다.

또 하나는 이스라엘 국내문제다.

종교문제에서 세속파와 종교파, 출신지에서 유럽계와 동방계간 대립은 심각하다.

세속파는 일상생활에 대한 종교의 지나친 간섭을 반대하는 한편 유대교 율법학자들이 군복무 의무를 지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이다.

이에 대해 종교파는 안식일 엄수 등 유대교 교리에 따른 엄격한 생활을 요구하고 있다.

양자간 갈등은 이스라엘의 국가 정체성 (正體性)에 대한 문제 제기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바락 신임총리는 라빈이 주장했던 '토지와 평화의 교환' 원칙을 지지한다.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전쟁영웅인 그는 경력과 달리 타협적 입장이다.

"내가 팔레스타인 젊은이였다면 나도 총을 들었을 것" 이라고 말할 만큼 팔레스타인을 '이해' 하는 입장이다.

또 레바논 주둔 이스라엘군 철수, 골란고원 반환 등 레바논.시리아와의 관계개선에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예루살렘에 대한 양보불가, 유대인 정착촌의 완전 철수 아닌 공동거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투표 회부 주장 등은 앞으로 상당한 마찰을 빚을 소지가 있다.

이스라엘 국내문제에 대해 바락 신임총리는 국민의 단결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이스라엘 국민의 종교.계층.정파간 갈등의 골은 오히려 더 깊어졌다.

이와 관련해 한가지 주목할 것은 이번 선거에서 비타협적 유대교 정통노선을 주장하는 샤스당 (黨) 이 약진한 사실이다.

샤스당은 14~15석을 차지해 제3당으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스라엘의 국론분열은 중동평화협상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국제사회는 바락 신임총리의 당선을 환영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뒷걸음질쳐온 중동평화협상이 제자리로 돌아가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바락 신임총리는 자신에 대한 국내외적 기대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잘 깨닫

고 앞으로 중동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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