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총리 취임] 쉬운 것 없는 개혁 과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하토야마 총리의 부인 미유키 여사(왼쪽)가 16일 남편이 총리로 지명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미소 짓고 있다. 이날 중의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총리지명 투표에서 하토야마 총리는 일본의 93번째 총리로 선출됐다. 미유키 여사는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방청석을 지키며 역사적인 순간을 남편과 함께했다. [도쿄 AP=연합뉴스]

일본 민주당은 5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일궈냈지만 하토야마 유키오 정부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녹록지 않다. 당면한 네 가지 숙제가 연착륙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외교=친미 정권을 표방했던 자민당과 달리 민주당은 ‘미국과는 대등한 동맹, 아시아 중시’라는 ‘탈미입아(脫美入亞)’ 노선을 내세웠다. 중국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의 거부감이다. 외교 평론가인 오카모토 유키오(岡本行夫)는 “일본은 미국에 동아시아의 최대 교두보여서 미국은 일본·중국의 밀월을 결코 방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를 의식해 16일 취임 직후 미국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은 추진하겠다고 밝혀 ‘미국 배려’와 ‘아시아 중시’를 어떻게 조화롭게 추진할지가 숙제로 생겼다.

◆복지 확대=사회복지를 확대하려는 ‘적극적 중도주의’ 경제 모델에도 난관이 많다. 민주당은 중의원 임기(4년)가 끝나는 2013년까지 16조8000억 엔의 재원을 마련해 사회복지와 서민 부담 완화 등 적극적인 재분배 정책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자민당 간사장은 “꿈같은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관료 개혁=하토야마 정부는 메이지(明治·1868년) 유신 이후 141년 만에 대대적으로 관료사회를 수술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낙하산 인사 등을 통한 관료사회의 철밥통을 깨기 위해 국가전략국·행정쇄신회의·각료위원회를 신설했다. 그러나 관료사회의 반발 등이 문제다. 정치평론가 이타가키 에이켄(板桓英憲)은 “1993년 야당 8개 연합으로 구성된 호소가와(細川) 내각은 관료 장악에 실패해 8개월 만에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모든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 관료들이 당시 야당이 된 자민당에 정보를 흘렸기 때문에 연립여당의 정책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던 것이다.

◆재계와의 관계=민주당은 재계보다는 노조와 친분이 깊다. 하토야마는 총선에서 승리하자 노동조합연합인 ‘렌고(聯合)’를 방문해 노조의 지지에 감사인사를 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민주당에는 노조 출신이 많아 재계보다는 노조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조각에서도 노조 활동과도 인연이 깊은 4명이 입각했다. 나오시마 마사유키(直嶋正行) 경제산업상,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관방장관, 가와바타 다쓰오(川端達夫) 문부과학상 등은 기업에서 노조 활동에 깊게 관여했다.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행정쇄신담당상은 노조 변론 변호사였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나치게 노조 위주 정책을 펼쳐 재계와 삐걱거릴 경우 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장기적으로는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정권을 담당한 이상 이제는 노조와 재계에서 조화를 찾아야 하는 과제가 생긴 것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