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거시감독 강화된 감독시스템 구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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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사실상 모든 금융정보를 공유하겠다는 양해각서(MOU)를 엊그제 체결했다. 금융기관의 공동 검사 요건도 완화, 한은이 요구하면 금감원은 1개월 내에 공동 검사에 착수토록 한다는 것도 합의했다. 그동안 한은의 단독검사권 허용 문제를 놓고 양측이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였던 저간의 사정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는 일보 전진이다. 이제는 양측이 힘들게 만들어 놓은 MOU를 제대로 지키는 게 중요하다. 그동안 MOU 체결은 여러 번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기에 하는 당부다. 합의해 놓고도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행태가 반복돼선 안 된다.

더불어 이번 MOU 체결만으로 궁극의 목적인 거시감독의 강화와 경제 안정성 확보를 달성할 수 있을지 보다 충분한 설명과 분석이 필요하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함에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된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경제위기에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교훈이 거시감독의 중요성이었다. 금감원이 통상적으로 해오던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과 같은 미시감독으로는 전반적인 금융시스템 위험을 줄일 수 없다는 게 분명히 드러났다. BIS 비율(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가 넘는다며 낙관했지만 위기가 닥치자 부동산과 가계대출이 부실 뇌관으로 돌변해버렸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호언했지만 결국 외화자금의 전반적인 흐름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외화 부채와 채권의 만기 구조를 맞추려는 노력을 등한시했다는 것도 드러나지 않았던가. 이 모든 게 경제 흐름과 경기순환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판단이 금융감독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미국 등 선진국이 어떻게 하면 거시감독 기능을 강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우리도 이번 합의에 안주하지 말고 좀 더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금융감독 기능 체제도 확 바꿔야 한다. 언젠가 또 닥칠지도 모를 경제위기를 예방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밥 그릇이 아닌, 나라를 위하는 길을 놓고 고민하는 한은과 금감원을 기대하는 건 그래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