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주전들 30대 눈앞…시드니 좋은성적 난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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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2000년 시드니올림픽은 한국여자농구가 출전하는 '최후의 올림픽' 이 될지도 모른다.

한국은 지난 9일 끝난 제18회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을 누르고 시드니행 티켓을 따냈다. 그러나 우승컵을 받아든 지금 여자농구 관계자들은 기쁨보다 더 큰 불안감에 싸여 있다.

한국 여자농구에는 '내일' 이 없다. 세대교체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지만 '젊은 피' 구하기가 어렵다. 시드니올림픽 역시 아시아선수권을 제패한 선수들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주역은 여전히 정은순.유영주 (이상 28.삼성생명).전주원 (27.현대산업개발) 트리오다. 정.유는 90년, 전은 91년에 성인무대에 등장했다.

한국은 이 멤버로 10년을 버티며 90.94년 아시안게임, 97.99아시아선수권을 휩쓸었다.

그러나 2000년대를 눈앞에 둔 지금 이들의 뒤를 받칠 새 얼굴이 없다. 정은순처럼 정교한 센터, 유영주처럼 힘있는 포워드, 전주원처럼 영리한 가드가 동시대에 출현하기는 어렵다.

척박한 저변은 절망감을 더해준다. IMF 환란을 전후로 여자실업팀이 대거 해체, 5팀만 남았다. 취업길이 좁아져 학교농구가 위축되자 유망선수의 발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각한 문제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실업팀이 더 창단돼 최소한 8팀은 돼야 여자농구가 산다. 여자농구 관계자들도 이 사실을 잘 안다. 그러나 걱정소리는 드높은데 누가 뛰고 있는지,땀냄새를 느낄 수가 없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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