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나토 동맹' 추진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추진할 방침이라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가 보도한 반 (反) 나토동맹은 제2의 바르샤바동맹을 연상시킨다.

신 (新) 냉전 구도인 셈이다.

아직까지는 보도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있고, 전문가들도 실현성에는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신문의 보도내용엔 작금의 중국내 분위기가 십분 담겨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중국 내부엔 미국 독주에 불만을 품고 있는 강성기류가 서서히 형성돼가고 있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발언권과 영향력이 약화된 데 따른 상대적 반발이다.

미국에 대한 위기감을 토로하는 인사들도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이 기류에 불을 붙인 게 유고주재 중국대사관 피폭사건. 이를 계기로 중국내 반미 (反美) 감정이 폭발하면서 미 독주를 저지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보여진다.

베이징 (北京) 내 한 외교소식통은 "만일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가 이번 유고공습을 통해 유럽을 사실상 '접수' 한다면 다음 목표는 중국이 될 것이라는 '정치국 판단' 을 내린 것 같다" 고 전했다.

미국과 직접적인 분쟁당사국이 될 가능성이 크고, 그 경우 미국이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중국이 금과옥조 (金科玉條) 로 떠받들어온 덩샤오핑 (鄧小平) 의 '외교상의 최소간섭주의' 포기까지 거론되어진 상황이고 보면 위기감을 느끼는 강도가 상당한 수준임을 엿볼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 (WTO)가입.인권시비.전역미사일방위체계.핵기술 누출의혹 등 최근 미.중간 현안에서 중국이 계속 저자세를 보여왔다는 점도 중국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려 놓았다.

누적된 불만여론은 당국의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지도부가 실제 그같은 결정을 내렸다면 이러한 대목도 큰 작용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문제는 중국이 이를 실제 추진할 수 있느냐다.

만일 중국과 러시아가 손 잡고 '제2의 바르샤바동맹' 결성을 선언한다면 파장은 간단치 않다.

더 나아가 이란과 파키스탄에 대한 핵기술 협력 증진 등 그 범위를 넓혀 나간다면 더욱 강력한 파괴력을 지닐 수 있다.

그러나 관련국들이 중국의 주문을 따라줄지 아직은 어떤 보장도 없다.

러시아만 해도 극심한 정정불안 등 내부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도 적극적인 저지 노력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중국의 경우도 사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경제발전을 희생해야 할지 모른다.

미국과 등을 돌린 상태에서 지금까지 유지해온 고도의 경제성장률을 이어나가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당장 반나토동맹이 형성될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나 중국내 반미 강성기류가 형성돼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것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

진세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