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수원 대출심사과정에 은행들 직원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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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로 새삼 빛을 보게 된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각 은행의 대출심사역들. 부실기업에 무더기로 돈을 떼이는 뼈아픈 경험을 하고나서야 제대로 된 기업을 골라내 돈을 빌려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 삼청동에 자리잡은 한국금융연수원 (원장 김원태) 은 대출심사역 전문 교육과정을 개설, 때아닌 특수 (特需) 를 누리고 있다. 17주간 ▶신용분석 ▶여신심사 ▶여신법률 과정을 차례로 가르쳐 자격증을 부여하는 이 대출심사역 과정에 지난해 이후 시중 및 지방은행 직원 1천명 이상이 몰려들었다.

현재 교육 중인 광주은행 직원 60명의 경우 연수원내 강의실이 모자라 다른 연수원을 빌려 쓰고 있을 정도. 은행마다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의 교육료를 들여가면서 금융연수원에 직원들 교육을 맡긴 이유는 연수원측이 마련한 대출심사역 교육과정이 철저히 실무 위주이기 때문. 은행의 대출심사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실습해보는 체험식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것이 연수원측의 설명이다.

특히 올 2월엔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자체개발한 기업 신용분석 프로그램을 3만2천달러의 거금을 주고 도입, 교육의 질이 한 단계 높아졌다.

무디스의 프로그램은 한 기업의 재무제표 및 관련산업 정보, 사회 및 경제상황 등을 케이스로 던져준 뒤 연수생들이 가상의 '여신심사위원회' 를 구성, 정보 수집→기업탐방과 경영진 면담→재무 및 시장위험 평가→대출등급 부여→금리결정 등 대출심사 과정을 직접 실습해보도록 만들어졌다.

"담보만 믿고 돈을 빌려주던 그간의 인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수익성.상환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는 습관이 길러졌다" (연수생 유승렬 대구은행 조사역) 는 게 이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다.

한편 금융연수원측은 은행들이 앞다퉈 감원 (減員) 을 단행한 후 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근무시간 중에 연수생을 파견하기 힘들어진 점을 고려, 일과 후에 혼자서도 학습할 수 있는 통신연수 및 사이버연수를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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