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를 찾아서] 6. 앙코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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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가수 : "여러분과 즐기는 가운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마지막 곡만 남았네요. 이 노래 들려드리고 아쉬운 인사를 해야겠습니다. "

청중 : "에이 - " "안돼요" (그러나 표정들은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 흔히 '마지막 곡' 이 연주되기 직전 라이브 공연장의 풍경이다. 사실 가요 라이브에서 가수들이 얘기하는 '마지막 곡' 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드시 '앙코르' 순서가 이어지므로 이때 불려지는 한두곡이 마지막 곡인 셈이다.

앙코르는 클라이막스로 치달은 가요라이브 분위기를 극적으로 마무리하는 공연의 '오르가즘' .이 앙코르를 두고 가수와 청중간에는 미묘한 심리전이 펼쳐진다.

가수는 청중들의 앙코르 박수가 어느만큼 올라가는지 헤아리며 재등장 시점을 재고있고, 청중들은 가수가 한번만 앙코르에 응할지, 두번 이상 응해줄지 궁금해하며 박수의 강도를 높여나간다.

이 심리전의 결과 국내 라이브에서 앙코르는 가수가 2분만에 재등장, 2곡쯤 노래부르고 마무리하는 '원 콜 (One Call)' 이 일반적 형태. 그러나 가수의 '철학' 에 따라 앙코르의 형태는 달라진다.

'나와 같다면' 의 김장훈은 무려 18차례 앙코르에 응해 5시간30분 동안 추가연주한 기록이 있다. 지난해 12월31일 정동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송년콘서트에서 그는 8백여 청중중 한사람이라도 앙코르를 외치면 무조건 무대에 올라 이런 기록을 냈다.

반대로 한영애는 청중이 5분 이상 앙코르를 요구해야 나오는 '앙코르값' 비싼 가수. 그녀는 가수와 청중이 한마음이 되려면 이만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선지 그녀의 앙코르송은 유난히 진하고 열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신인가수들은 대부분 '앙코르' 소리가 들리면 10초 이내에 얼른 나와야 앙코르 기회를 갖게된다. 또 초대권을 들고온 공짜손님이 많은 공연에선 앙코르요청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대학로에서 첫 라이브를 펼친 한 신인가수는 청중이 앙코르 없이 바로 자리를 뜨자 무대로 뛰어나와 "앙코르 한번 안 해주고 어떻게 그냥 갑니까" 라고 외치기도 했다.

아예 '앙코르'란 노래를 지어 부르는 가수도 있다. 뽕짝과 록의 접목을 시도하는 황신혜밴드. 그들은 "어차피 불러야할 앙코르송이라면 가수쪽이 선수치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 '앙코르' 를 만들었다" 고 말한다.

앙코르는 대개 무대 앞쪽에 포진한 열성팬 그룹의 선창으로 스타트, 청중 전체로 퍼진다. 가수 이름을 연호하거나 '한번 더' 등으로 구호를 바꿔가며 2분 정도 계속된다.

올림픽 체조경기장과 부산KBS홀처럼 바닥이 속 빈 나무로 돼있는 공연장에선 청중이 일제히 발을 구르며 앙코르를 요구하는데 그 건물 무너지는듯한 소리는 일품이다.

공연기획자 김진석씨는 "앙코르구호.박수는 리듬이 흐트러지다가도 2분쯤 지나면 묘하게 다시 일치되는 특징이 있다. 그때가 가수들이 재등장하는 시점이다. " 라고 말한다. 그 2분 동안 남자가수들은 참았던 담배를 피고 여자가수들은 지워진 화장을 덧칠하곤 한다.

앙코르은 프랑스어 앙코르 (Encore - '다시 한번 더' 란 뜻)에서 나왔지만 프랑스 공연장에서 앙코르를 외치는 사람은 외국인들 뿐이다. 앙코르는 영어권 청중들이 주로 사용하며 프랑스인들은 '비스 (Bis)' 란 말을 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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