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사 순익 줄고 257사 부채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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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연결재무제표 작성 후 상장사들의 영업실적이 더 악화됐다는 것은 한마디로 우리 기업들의 회계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열사간 내부거래로 가려져 있었던 기업의 실상이 연결재무제표라는 '돋보기' 를 통해 적자는 커지고 빚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연결전후의 실적이 변하는 '분식결산' 의 정도는 과거에 비해선 점차 나아지고 있다.

지난해에 증권감독당국이 발표한 97년도 연결영업실적을 살펴보면 적자규모 면에서 연결후가 연결전의 무려 2배에 달했었다.

그러나 구미 선진국 기업들과 비교할 때는 아직도 미흡하다.

이번 조사결과 개별기업의 실적에 비해 연결후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곳이 1백67개사였으며, 부채총액이 더 늘어난 곳은 2백65개 중 2백57개사나 됐다는 사실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진짜 성적' 에 대한 의혹을 낳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 30대 그룹 = 30대 그룹 중 연결재무제표 제출 대상이 없는 롯데.해태.강원산업.삼양을 뺀 26개 그룹 중 연결후 흑자규모가 커진 경우는 한진.한화.금호 등 6개에 불과하다.

반면 현대.대우.삼성 등 나머지 20개 그룹은 적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룹별로는 연결전 1조5백억원의 적자였던 쌍용그룹이 연결실적으로는 2조9백억원의 적자를 기록, 두배 가량 적자가 늘어났다.

26개 그룹의 연결 부채총액은 3백11조5천6백억원을 기록, 연결전에 비해 81조8천4백억원 (35%) 이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부채비율도 3백57%에서 5백38%로 늘었다.

이처럼 부채비율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지난해 인수.합병으로 피인수 기업의 부채를 떠안았기 때문이다.

◇ 당기순이익 = 삼성전자.국민은행.대우전자 등 37개사는 개별 실적에서는 흑자를 냈으나 연결후 적자로 돌아섰다.

종속회사와 내부거래를 통해 지배회사의 이익 규모를 부풀리거나,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로 해외 자회사 등에서 큰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특히 전자업종의 경우 해외 출자회사들의 심각한 부실로 인해 대부분 연결후 큰 폭의 적자를 냈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경우 회사 하나만 놓고 봤을 때는 3천1백억원의 흑자였지만 해외법인 등 1백28개 자회사를 모두 포함했을 때는 3천6백여억원의 적자로 바뀐다.

또 45억원의 흑자였던 대우전자도 계열사인 대우통신이 3천8백억원의 적자를 냄에 따라 3천6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김원배.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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