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총선앞두고 인도네시아에 폭동 경계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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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인도네시아 전역이 흡사 전쟁 직전같은 분위기다.

다음달 총선 (7일) 을 앞두고 나라 안 곳곳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내 각국 외교공관들과 상사.학교들은 예상되는 대규모 폭동에 대비해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비상대비체제' 에 돌입했다.

폭동때마다 집중적으로 당해온 화교 (華僑) 들은 아예 생활기반을 정리해 주변 국가로 속속 떠나고 있다.

자카르타주재 한국대사관도 지난주 교민들에게 특별경계령과 함께 행동요령을 담은 소책자를 배부했다.

◇ 외국공관 움직임 = 각국 대사관별로 이미 비상철수계획이 마련된 상태다.

미국.영국 등 주요국들은 선거기간 중 폭동이 지난해 '5월 폭동' 수준으로 번질 것에 대비해 군함.군용기 등을 이용한 비상 수송수단을 확보해 놓았다.

특히 미국대사관측의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진다.

미국대사관은 이번주 초 대사관저 앞에 폭도난입 및 테러용 폭탄적재차량 차단용 특수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사람들이 쉽게 뛰어넘을 수 없도록 2m 높이로 제작된 이 바리케이드는 불에 타지 않도록 단단한 강철로 제작됐으며 바깥면에는 특수철조망이 감겨 있다.

국무부도 수정된 여행객용 안내책자를 통해 "5월 초부터 인도네시아 전역에 걸쳐 대규모 시위와 소요가 예상되는 만큼 인도네시아 여행을 피해달라" 고 강조했다.

각국 대사관들은 특히 자국 국민들에게 철수에 대비해 여권과 귀중품은 늘 안전한 곳에 보관하도록 당부했다.

라면.통조림.건어물 등 비상식량은 물론 의약품과 비누.치약.침구류 등 생필품도 챙기라고 권하고 있다.

◇ 정정 불안의 이유 = 우선 48개 정당이 난립하는 데서 오는 무질서와 의견대립이 주원인이다.

유세기간 중 지지자들의 가두시위는 필연적이고, 이 과정에서 언제라도 폭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갈등의 내용도 인종분규.종교갈등.화교에 대한 적대감.분리독립 욕구 등 발화성 높은 문제들이다.

선거열기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인도네시아 전역을 '발칸화' 할 수 있는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북수마트라의 아체.족자카르타.이리안 자야 등지에는 벌써부터 '선거일 총궐기' 전단이 나돌고 있다.

선거를 틈탄 대규모 민중봉기를 통해 자치운동에 불을 댕기자는 심산이다.

8월 8일로 자치를 묻는 주민투표 일정이 잡힌 동티모르도 심상찮다.

독립을 찬성하는 사람들을 열거한 살생부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형편이다.

독립파 지도자인 카라스칼라오가 지난달 29일 가족과 함께 급히 자카르타로 피신한 것도 암살을 피하기 위해서다.

홍콩 =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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