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IT 활용해 수자원 관리 재해 막고 생태계 살리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많은 이들이 물은 값싸고 풍부한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과 한 알을 생산하는 데 70L, 밀과 쇠고기 1㎏씩 만드는 데 각각 1400L와 1만5500L의 물이 필요하다. 더욱이 현재의 수자원 관리시스템으로는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깨끗한 식수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다고 한다. 자연상태의 지구는 완벽에 가까운 물 조절 자율시스템을 발휘하지만 인류문명은 스스로 이 순환 과정을 파괴했다.

다행히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인간이 흐트러뜨린 자연상태의 물 조절 시스템을 되돌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정교한 센서를 강이나 바다에 설치하고 네트워크화해 잘못된 물의 흐름을 분석 예측하는 IT 기술이 그것이다. 지능형 계량기, 딥 컴퓨팅 분석 등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지구상의 물을 더욱 ‘똑똑하게’ 관리하자는 것이다. 스마트한 수자원 관리의 대상도 농업·공업 용수, 수력발전, 생활하수, 지하수, 강수 조절, 강물, 바닷물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길이가 507㎞에 이르는 미국 허드슨강에는 첨단 센서 네트워크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강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데이터 플랫폼이 설치돼 있다. 컴퓨터 칩이 내장된 센서들은 강물과 관련된 생물학·화학·물리학적 정보를 수집해 깨끗한 물을 유지 공급하고 돌발 재난에 대비한다. 홍수가 빈번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범람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그에 따라 실시간 대응하는 수자원 혁신 프로그램이 시행 중이다. 아일랜드의 갤웨이만에서는 다양한 경로로 수집된 날씨·파도·조수·해층 구조 등의 데이터가 조업 중인 어선·양식업자·항무 관계자 등에 통보된다. 이를 통해 바닷물과 관련된 해양자원 전반을 효과적으로 관리한다.

이처럼 바다·강·댐이나 상하수도에서 집안의 수도꼭지에 이르기까지 수자원에 대한 똑똑한 측정과 분석 관리가 가능해졌다. 나아가 지구상의 수많은 수자원 관리 정보가 통합되면 물과 관련된 자연재해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건강한 지구 생태계를 만드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다. “미국이 수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100억 달러를 투자한다면 국내총생산(GDP)은 약 150억 달러 늘고 22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저명한 과학자의 분석도 있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한강 등 4대 강 프로젝트도 똑똑한 수자원 관리의 관점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이휘성 한국IBM 사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