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요가구인大 주젠룽 교수 '주룽지'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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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78년부터 시작된 덩샤오핑 (鄧小平) 개혁정책의 바통을 이어 받아 중국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 총리 주룽지 (朱鎔基.61) .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세계가 관심을 모으는 까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의 위상때문만은 아니다.

중국 지식인 사회뿐만 아니라 대중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내는 그의 독특한 캐릭터가 바로 그를 더욱 주목하도록 만든다.

지난해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저우라이언 (周恩來) 이후 최고 득표률인 98%를 기록해 세계를 놀라게 했고 최근 중국 유력 격주간지 신저우칸 (新周刊) 은 여론조사를 통해 주룽지를 중국에서 '가장 남자다운 의인 (義人)' 으로 뽑았다.

'의롭게 죽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그뿐' 이란 그의 일성 (一聲) 처럼 취임 이후 40개 국가부처를 29개로 줄이는 대규모 개혁을 펼친 추진력에 중국인들은 매료되고 있다.

거기다 그의 트레이트 마크인 특유의 직설어법과 능청은 정치인의 딱딱한 이미지를 녹여내고도 남는다.

이런 점에서 '주룽지' (신동기 옮김.생각의나무.8천원) 의 출간은 차라리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중국의 중요성과 한국과의 경제교류 확대를 감안하면 주룽지를 앎으로써 대 중국정책에 대한 담론이 그 깊이와 폭이 더 할 수있기 때문이다.

일본 도요가구인 (東洋學院) 대 주젠룽 (周建榮) 교수가 쓴 이 책은 주룽지란 인물에 대해 중점, 서술하면서 주룽지 경제정책과 사상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그러면서 주룽지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서는 비판적 고찰을 시도한다.

주룽지가 총리가 되기까지는 결코 순탄한 길이 아니었다.

칭화대 (淸華大) 재학시절 반체제운동단체인 신민주주의 청년동맹에 참가하기도 한 그는 1951년 동북공업청 계획과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지만 마오쩌둥 (毛澤東) 의 '반우파투쟁' 과정에서 우파로 찍혀 구속된다.

이후 내몽고의 제철소로 쫓겨나고 문화대혁명중에는 5년간 중노동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러나 76년 마오쩌둥 사망 후 20년만에 복권돼 당적을 회복한 그는 불과 5년만에 국가경제위원회 부서기 (차관급) 로 승진해 오늘에 이른다.

그의 경제정책은 급진적 개혁.전체의 개혁.심층적 개혁으로 요약된다.

그만큼 혁신적이란 얘기다.

지금까지 그의 개혁정책은 '정치는 사회주의, 경제는 자본주의' 란 독특한 형태의 구조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둬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욱 많아졌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탈이데올로기적인 그의 개혁과 사회주의 체제의 충돌, 관료조직의 저항, 부상하는 주룽지에 대한 장쩌민의 태도 등에 따라 주룽지의 항로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는 것. 특히 90년대 줄곧 10% 이상을 기록한 경제성장률이 올해 7%도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실업 증가도 뚜렷해 이를 어떻게 극복할 지 관심거리다.

고려대 서진영 (徐鎭英.정치학) 교수는 "주룽지는 지금까지의 다른 중국지도자와는 달리 폭넓은 호감을 받고 있지만 그의 개혁작업은 기득권 세력과의 마찰이 예상돼 위험성까지 안고 있다" 고 분석하면서 "만약 주룽지의 개혁이 성공적으로 계속 이뤄진다면 중국은 우리를 포함한 세계가 두려워할 경쟁자가 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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