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 지상 백일장] 4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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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장원 - 풍경속으로

새로 난 길을 따라

삼월이 자전거를 탄다

허리 틀고 뒤척이다가

잠깨는 각화동마을

탱자울 깨금발 딛는

산수유 노란 수다

청송농원 은빛 삽날에

아지랑이 발목 베일 때

고려금잔디 관집 품어

푸른 피를 돌리고

웃자란 호기심 터뜨리는

분홍 철쭉 뾰족한 부리

이수윤 <광주시북구문흥1동 현대아파트 106동1404호>

◇ 차상 - 달래 캐던 날

어머니 과수원밭에 달래 캐러 갔었더니

당신의 눈물 곁에선 사과나무 굵은 뿌리

팔남매 반항과 투정이 혹이 되어 맺혀 있었네.

아린 가슴 못다캐고 어둠 속에 돌아설 때

호미 끝에 걸려오던 당신의 긴 기도

동구 밖 손 흔드시는 그리움의 그목소리.

강영선 <경북 봉화군 봉화읍 포저4리 396 - 34>

◇ 차하 - 밤마다

달빛에 나는 노랗게 젖는다

이역만리 보내온 눈빛에

황달이 걸리고

빈 심지

가슴속으로

촛물이 녹아든다

옷 벗고 야윈 몸으로 달빛을 안는다

그 먼길 가슴 저미며

걸어온 눈물

밤마다

옥토끼와 나는

둥그런 사랑을 찧는다

정현섭 <대전시 서구 탄방동 1228번지 201호>

◇ 심사평

먼 길을 걷다가 마음 맞는 동행자를 만나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하물며 마음이 열리는 시를 만났을 때의 기분 좋음이란 봄날 꽃을 바라보는 기쁨과 같다고 할까. 이수윤의 '풍경속으로' 를 장원으로 올린다.

시로 그린 봄날 풍경 속으로 빨려들 듯이 따라가면 시의 대상과 화자간의 교감이 하나됨을 느끼게 한다.

기분 좋고 상큼한 작품이다.

삼월이 자전거를 타고 산수유가 노란 수다를 떤다.

철쭉이 웃자란 호기심을 터뜨린다.

그것이 삶이고 자연과 인간의 하나됨이 아니겠는가.

강영선의 '달래 캐던 날' 을 차상으로, 정현섭의 '밤바다' 를 차하로 뽑는다.

각각 언어의 쓰임이 미숙한 곳이 한두 군데 있지만 아름다운 작품이다.

응모자들에게 부탁의 말씀은 여러 작품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작품에 집중력을 쏟으면 향상된 시작 (詩作) 이 기대된다는 점이다.

<심사위원 김영재.박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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