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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팬 끌어당기는 드라마 '왕초' 인물처리 돋보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드라마의 주 시청자는 여성이다. 그래서 방송사는 여성을 1차 공략대상으로 삼는다. 전체 시청률과 광고수입을 좌우하는 것이 드라마라 일선 제작진들은 종종 새로운 소재와 형식을 시도하고 싶어도 선뜻 도전하지 못한다고 푸념한다. 드라마가 어쩔 수없이 여성 취향으로 흐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 눈길을 끄는 남성드라마가 있다. MBC에서 이달 초부터 방영 중인 월.화 미니시리즈 '왕초' .동일 시간대에 편성된 SBS '은실이' 의 뒤를 바짝 쫓으며 시청률 25%까지 올라선 것은 남성 시청자의 허기진 마음을 채워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단 '왕초' 는 잘 비벼진 비빔밥이다. 거지왕 김춘삼의 일대기는 그야말로 재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먼저 드라마에다 '김춘삼' 을 털어넣은 다음,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 다양한 캐릭터와 허구적 요소를 가미한 후에야 비로소 '왕초' 는 제맛을 내기 시작한다. 맛의 비결은 무엇보다 다양한 인물들의 개성이다.

우선 김춘삼과 주변 인물의 관계가 실제보다 무척 단순화됐다. 덕택에 각 캐릭터의 개성은 한껏 확장된다. 영화 '장군의 아들' 로 시청자에게 익숙해진 인물인 김두한 (이훈 분) 을 의리와 주먹으로 단순요약해 무리없이 살려낸 것이 그 예다.

비열한 깡패인 '발가락' (허준호 분) 의 간간이 번득이는 카리스마도 화면을 압도한다. 여기에 '사춘기' 에서 이미 검증받았던 장용우 PD의 연출력이 가세해 장면장면 섬세한 포착력과 절제미를 선보인다.

반면 삐걱거리는 대목도 적지 않다. 모두가 '배고팠던' 시대적 배경과 달리 90년대 식의 세련된 주제곡을 선택한 것은 어쩐지 드라마 전체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다.

자주 등장하는 결투장면도 매끈하고 절제되긴 했지만 영화 '장군의 아들' 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상. 코믹한 설정들이 지나쳐 전체 흐름을 중간에서 끊어버리는 것도 거슬리는 부분이다.

염천교 거지움막에서 차인표가 독립지사에게 자유에 대해 진지하게 설파하는 부분도 말을 툭툭 내뱉던 이전 모습과 크게 달라 연기의 일관성이 결여된 느낌이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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