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물 건너온 물은 물이 다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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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 물을 솨-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1924년 3월 20일 출간된 김동환의 시집 『국경의 밤』에 수록된 ‘북청 물장수’라는 시의 일부다. 수도시설이 미비했던 1900년대 초반 서울에는 일반 가정에 물을 배달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시인의 시심을 자극했던 물장수란 직업도 1908년 9월 1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 뚝도 정수장에서 1만2500t의 수돗물을 사대문 안과 용산지역의 12만5000여 명에게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수돗물을 사용하게 되면서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질병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급격한 인구증가와 함께 수돗물 수요도 증가해 76년이 되어서야 보급률 50%를 넘길 수 있었다. 80년대 들어서 보급률 90%를 넘기긴 했지만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먹는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생기기도 했다. 이에 따라 생수 판매업체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아리수’라는 고유상표를 내걸고 수돗물의 질을 높였으나 국내 생수시장은 95년 시판이 본격화된 이후 해마다 10% 이상 성장했다. 올해 시장 규모는 5000억원에 육박하고 이 중 해양 심층수 등을 포함한 프리미엄 생수 시장은 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는 전망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생수뿐만이 아니라 수입 생수도 다양해져 이제는 기호에 따라 물을 골라 먹는 시대가 되었다. 부산 센텀시티점에 이어 두 번째로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에 문을 연 ‘워터바’는 와인바처럼 취향에 맞는 생수를 고를 수 있는 곳이다. ‘워터 어드바이저’라는 물 전문가의 조언도 들을 수 있다. 현재 이곳에는 미국·오스트리아·영국·일본·프랑스·호주 등 12개국에서 수입한 130여 종의 생수가 진열·판매되고 있다. 로키산맥에서 채취한 빙하수, 해저 1000m 이하 심해에서 채취한 해양 심층수, 유아들을 위해 정제된 베이비 워터, 탄산수 등이 있다. 가격은 500mL 기준으로 최저 1300원에서 최고 1만6000원까지 한다.

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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