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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순이 군단’ 7승 합작 비결은 페어웨이·그린 적중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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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호 16면

골프에서는 300야드를 날린 장타나, 1m 파퍼팅이나 모두 똑같은 한 타다. 골프에서 쇼트게임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하이 핸디캡 스코어 골퍼와 로 핸디캡 스코어 골퍼의 차이는 그린 주변 쇼트게임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남자의 경우 어느 정도 파워가 뒷받침돼야 한다. 골프용품의 발달과 함께 코스 전장도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올 시즌 LPGA투어에서 우승한 신지애(21·미래에셋·2승)·김인경(21·하나금융그룹)·오지영(21·마벨러스)·지은희(23·휠라코리아)·이은정(21)·허미정(20·코오롱 엘로드·이상 1승) 등은 장타자 그룹에 속하지 못한다.
 
올 우승 확률 37%, 두 자리 승수 노려
1988년 3월 LPGA투어 스탠더드 레지스터 터콰이즈클래식에서 구옥희(53)가 한국인으로 처음 우승한 이래 21년 동안 한국계와 한국 국적 선수들은 모두 83승을 기록했다. 허미정은 8월 31일 LPGA투어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80번째 우승한 한국 국적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미국·스웨덴 다음가는 승수이며, 한국보다 오랜 골프 역사를 자랑하는 잉글랜드·호주·캐나다·일본 등을 앞서는 성과다.
올 시즌 한국 선수들은 9월 13일 현재 19개 대회에서 7승을 합작했다. 우승 확률 36.8%로 40%에 육박한다.

길어져 가는 LPGA 코스 ‘코리안 시스터스’의 생존법

9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세리의 ‘맨발 신화’는 한국선수들이 LPGA투어에 진출하는 데 물꼬를 텄다. 이후 11년 만에 ‘박세리 키즈’들이 코리안 돌풍의 중심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7승 가운데 88년생들이 5승을 챙겼다.

한국 선수들은 2007년(4승)을 제외하고는 매년 5승 이상을 기록했다. 2005년에는 11승을 합작하며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돌파하기도 했다. 올 시즌 남은 대회는 8개. 50% 이상 승률을 기록한다면 2005년의 대기록을 재현할 수 있다.

롱아이언에 강한 한국 선수들
올 시즌 우승한 6명의 태극 여전사들의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247.60야드에 불과하다. 평균 드라이브 거리 270.8야드로 장타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계 비키 허스트(19·캘러웨이)와 비교하면 30야드 정도 차이가 난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허스트가 7번 아이언을 잡을 때 한국 선수들은 4번 아이언이나 우드로 그린을 공략해야 된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허스트는 올 시즌 1승도 거두지 못했다. 5월에 열린 LPGA투어 코닝클래식에서 공동 5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폭발적인 장타를 자랑하는 미셸 위(19·나이키골프)도 마찬가지다. 미셸 위의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267.9야드로 4위를 달리고 있지만 아직 첫 승 신고식을 치르지 못했다.

골프는 분명 장타자에게 유리하다. 그러면 이들이 왜 아직 우승을 하지 못했을까. 반대로 ‘짤순이’인 한국 낭자들이 우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정교함에 있다.
모든 골퍼들의 소원은 볼을 ‘좀 더 멀리, 좀 더 정확하게’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두마리 토끼를 잡기란 쉽지 않다. 허스트와 미셸 위의 페어웨이 안착률은 각각 62.4%(132위), 58.9%(143위)로 100위권 밖이다. 멀리 보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2승을 기록한 신지애의 경우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248야드(93위)다. 하지만 페어웨이 적중률이 81.9%(2위), 그린 적중률 71.5%로 컴퓨터 샷을 뽐내고 있다. 김인경 역시 평균 드라이브 거리 250.4야드(73위)로 짧은 편이지만 페어웨이 적중률 75.5%(공동 18위), 그린 적중률 73.7%(2위)로 정교한 샷을 지니고 있다.

올 시즌 US여자오픈의 우승자 지은희는 “러프에서 치면 그린 위에 볼을 세우기가 힘들다. 남은 거리가 멀더라도 페어웨이에서 치면 우드로도 그린에 볼을 세울 수 있다”며 “특히 한국선수들은 롱아이언 샷을 잘하기 때문에 페어웨이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 견제용 코스?
신지애의 아버지 신재섭씨(49)는 “대회 코스가 점점 장타자인 미국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세팅되고 있다. 전장을 늘리고 러프는 줄이고 있다. 한국 선수들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가 아닌지 모르겠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지난해 LPGA투어 대회 코스 길이는 평균 6400야드였던 것에 비해 올해는 6600야드로 200야드 정도 늘어났다. 한국 선수들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약일지 모르지만 코스 전장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오지영은 “한국 선수들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골프용품의 워낙 발달되니깐 전체적으로 코스 전장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코스가 길어지면서 선수들의 클럽 구성도 변하고 있다. 3, 4번 아이언이 사라지고 우드와 하이브리드 클럽의 사용이 늘고 있다. 신지애의 가방을 살펴보면 드라이브, 3·5·7번 우드, 하이브리드 클럽(21도·23도), 아이언(5번~피칭웨치), 웨지(50·54·58도), 퍼터 가운데 코스 상황에 따라 14개의 클럽을 선택한다. 김인경은 “하이브리드 클럽의 경우 치기가 쉽고 탄도가 높아 그린에서도 잘 서는 편이다. 파4홀의 경우 드라이브 샷 치고 우드를 잡을 때가 많다. 프로들 가방에 최소한 한개 이상의 하이브리드 클럽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거리보다는 정확성이 먼저
골프에서 정확하게 멀리만 칠 수 있다면 ‘천하무적’이다. 정확성 못지않게 거리도 중요하다. 7번 아이언보다는 9번 아이언으로 치는 것이 정확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신지애는 “솔직히 드라이브 거리가 지금보다 10~20야드만 늘어도 플레이하기가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신지애는 시즌이 끝나면 캐서린 헐(호주)을 지도한 호주 출신의 코치와 함께 본격적인 비거리 증가 프로젝트를 가동할 예정이다. 다른 선수들도 거리를 늘리기 위해 시즌이 끝나고 체중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 신지애는 “거리가 늘어나면 좋지만 정확성이 먼저다.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OB구역으로 날아가면 아무 소용없다”고 말했다.

허미정은 “LPGA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이라면 샷은 거의 비슷하다. 우승 여부는 그린 주변 쇼트게임과 퍼팅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100대 골프 교습가인 마이크 밴더는 한국 골프에 정통하다. 밴더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골프가 왜 강한지 알려면 한국 주니어 골퍼들이 어떻게 연습을 하는지 보면 알 수 있다”며 “한국 주니어들은 매우 어린 나이에도 강도 높은 훈련을 받으며 오직 골프에만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짧은 드라이브샷으로는 생존 어려워
양용은은 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동양인으로는 처음 우승하며 한국 남자 골프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PGA투어에서는 평균 드라이브 거리 280야드 정도면 ‘짤순이’ 그룹에 속한다. 올 시즌 상금랭킹 10위 선수들을 보면 평균 290야드는 날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시즌 2승을 기록하며 상금랭킹 9위(332만3766달러)를 달리고 있는 양용은은 오히려 페어웨이 적중률은 61.15%(127위)로 떨어지지만 평균 드라이브 거리 292.1야드(공동 65위)로 장타를 장착하고 있다. PGA투어에서 대표적으로 성공한 ‘짤순이’는 올 시즌 2승을 기록한 재크 존슨(미국). 존슨은 평균 드라이브 거리 281.2야드로 PGA투어 전체 198명 가운데 162위로 최하위에 속해 있지만 페어웨이 적중률 71.57%(9위), 그린 적중률 67.78%(23위)로 올 시즌 상금 랭킹 3위(412만7213달러)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PGA투어에서는 정교함만 있어서는 안 된다. 데이비드 톰스(미국)는 짤순이의 한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톰스는 페어웨이 적중률 74.36%(1위)로 정교하지만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283.7야드(136위)로 짧다. 톰스는 올 시즌 막판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준우승 3차례에 그쳤다.

최경주는 “어떤 골프장에서든 항상 페어웨이로 280야드만 보내면 우승할 수 있다. 하지만 항상 페어웨이를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럴 경우에는 보기를 감수해야 한다. 외국 선수들의 경우 신체 조건이 좋아 러프에서도 쉽게 그린을 공략할 수 있다. PGA투어에서는 거리와의 싸움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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