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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내개봉 '우나기' 주연 야큐쇼 쇼우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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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일본의 안성기' .본인이 들으면 어떨지 모르지만, 일본의 남자배우 야쿠쇼 코우지를 가장 쉽게 설명하는 방법은 이런 식의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극소수의 일본영화 매니아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일지 몰라도 그의 출연작품이 국내에 본격 소개된 적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한국관객에게는 아직 낯선 인물이다.

안성기가 한국에서 이른바 '국민배우' 로 칭송받듯 야큐쇼는 현재 '일본영화의 얼굴' 로 통한다.

탄탄한 연기력에다 40대 초반으로 비슷한 연배, 건전한 사생활로 각각 양국 연예계에서 '본받을 만한' 모델이라는 점도 닮은 꼴이다.

야쿠쇼는 20년동안의 배우인생 중 특히 최근 들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일본에서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흥행에도 크게 성공한 '춤추실까요 (Shall We Dance?)' (96년) 를 비롯, 97년작인 '실락원' '우나기' 등이 그의 출연작.

이중 '춤추실까요' 는 97년 미국에서도 개봉돼 일본영화중 미국 흥행 신기록을 세웠고 '우나기' 또한 같은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그의 명성을 일본 밖으로까지 넓히기도 했다.

올해 초 '인생합격' 을 선보이는 등 변함없이 바쁜 중년을 보내고 있는 그를 21일 도쿄의 부촌으로 불리는 세이조가쿠엔의 집근처 한 카페에서 만났다.

5월1일 국내 개봉되는 '우나기' 를 통해 한국관객과 첫대면하는 야쿠쇼는 "잘 봐주었으면 좋겠다" 며 운을 뗐다.

- '우나기' 의 한국개봉에 대한 소감은.

" '하나비' '카게무샤' 에 이어 세번째라고 들었다. 영광으로 생각한다. "

- 앞선 두 작품은 흥행에서 참패했다. '우나기' 는 어떨 것 같은가.

"이마무라 감독의 에너지와 인간관계에 대한 따뜻한 시선 때문에 한국 관객에게도 어필할 것으로 본다. "

-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가.

"없다. 그러나 안성기씨의 작품은 대부분 봤다. '하얀전쟁' '축제'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

- '실락원' '우나기' 모두 40, 50대 중년의 가족상실을 그리고 있다. 배우로서 중년의 '실체' 에 대한 시각은.

"일본의 세대로 친다면 나는 '끼어 있는 세대' 라고 할 수 있다. 60년대 사회운동에 치열했던 선배와 '신인류' 란 후배들 사이에서 엉거주춤 서있는 격이다. 그게 내 중년의 자화상이다."

- 연기에 임하는 자세는.

"기본적으로 즐기듯이 연기하는 게 목표다. '나' 보다는 '전체' 를 중시하는 편이다. 미국의 존 말코비치와 일본의 간판배우였던 미후네 도시로 등의 연기를 본받고 싶어한다."

- 요즘 근황과 계획은.

"얼마 전 '카리스마' 란 작품의 촬영을 끝내고 모처럼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본 개봉에 앞서 현재 프랑스에서 상영 중이다. 시간을 두고 할리우드에 진출할 계획도 없지 않다."

'우나기' 는 일본의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에게 '나라야마 부시코' (83년) 이후 두번째로 칸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안긴 작품.

이 영화에서 야쿠쇼는 사랑에 상처받아 세상과 등진 채 살아가는 주인공 야마시와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가 뿌리를 알 수 없는 씨를 받아 새끼를 키우는 우나기 (뱀장어) 의 일생에서 자신의 '희망' 을 발견하는 대목은 퍽 인상적이다.

이마무라와 야쿠쇼 두사람의 멜로적 감수성과 철학적 성찰로 빚어낸 수작이다.

도쿄 =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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