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공방' 2라운드…여야 공수교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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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국민회의의 역공

'고관집 털이 사건' 으로 수세에 몰렸던 여권이 20일 대대적인 역공에 나섰다.

절도범 김강룡씨의 주장 중 일부가 허위로 드러나면서 반격의 전기를 잡은 모습이다.

국민회의 대변인실은 이날 범인 金씨의 주장중 허위사실로 판명된 부분을 조목조목 정리, 기자실에 배포했다.

"전과 12범인 '잡도 (雜盜)' 의 허무맹랑한 주장에 편승해 정부에 타격을 가하려는 야당의 정치공세에 더 이상 끌려가지 않겠다" 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란 판단 때문인지 공세는 전방위로 이뤄졌다.

국민회의는 이회창 (李會昌) 총재.신경식 (辛卿植) 사무총장 등 한나라당 수뇌부에 직격탄을 날렸고, 검찰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개입 행위의 위법성을 가려줄 것도 촉구했다.

김영배 (金令培) 총재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주요간부 회의에서는 정균환 (鄭均桓) 사무총장이 "절도범 발언의 신뢰성에 결정적으로 금이 가면서 사건이 반전되고 있다" 는 요지로 보고했다.

이어 "짧은 기간이지만 도둑과 야당이 한편이 돼 동침관계를 이룬 사건" 이라는 등의 야당 성토 발언이 쏟아졌다.

회의가 끝난 뒤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이제라도 도둑의 거짓말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당당하게 유턴해야 한다" 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김성훈 (金成勳) 농림부장관 집을 털었다는 金씨의 주장이 허위로 드러난 데 대해 "한나라당은 金장관을 부정축재자로 몬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고 몰아붙였다.

이회창 총재에 대해서는 "우선 사과하고 金씨가 유종근 (柳鍾根) 전북지사의 집에서 12만달러를 훔쳤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책임을 져야 한다" 고 물고늘어졌다.

柳지사의 "사실이라면 내가, 사실이 아니라면 李총재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는 19일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또 신경식 총장에 대해서는 "도둑의 일방적인 주장을 지방 신문에 흘려 관권 개입 선거라고 주장한 경박함이 한나라당을 망쳤다" 고 목청을 높였다.

국민회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절도범을 면회하고 녹취한 내용을 일반인에게 공개한 행위의 위법성을 거론하며 검찰수사도 촉구했다.

이하경 기자

◇ 한나라의 반격

한나라당은 김강룡 (金江龍) 씨 진술 중 일부가 허위로 드러나자 다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고관집 털이 사건의 본말전도로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 고 비난했다.

여권이 이 부분을 부각, 사건을 축소.호도해 조기 종결하려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냈다.

20일 특보단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유종근 전북지사 집에 12만달러가 있었는지 여부는 이 사건의 일부에 불과한데도 이 사안이 사건의 전부인 양 수사 방향을 몰고가는 것은 잘못" 이라고 지적했다.

사건의 본질은 초동수사 단계에서의 축소.은폐 의혹이며, 따라서 여기에 대한 진실규명이 급선무라는 주장이다.

이회창 총재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도풍 (盜風) 은 진실을 밝히자는 것이지 폭로가 목적이 아니다" 면서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만 봐도 이 정권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음을 말해주고 있지 않느냐" 고 반문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배경환 (裵京煥) 안양경찰서장 집에서 나온 5천8백만원이 8백만원으로 축소된 경위와 柳지사 집에서 도단당한 3천5백만원에 대해서도 수사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柳지사가 李총재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데 대해서는 柳지사를 무고죄로 맞고소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은 "김성훈 농림부장관 집에 대한 현장검증은 공개

적으로 하면서 柳지사 집에 대해선 비밀리에 검증한 검찰의 수사 태도에 의구심을 금치 못한다" 며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李총재가 전면에 나서는 인상을 주는 것은 지양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공개적으로 얘기를 꺼내지는 않고 있지만 수사당국과 범인 사이에 모종의 빅딜이 이뤄지고 있는것 아니냐는 의혹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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