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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만화 춘추전국…'창천항로'등 3편 인기대열 합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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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영화로 치면 액션물에 해당하는 무협만화. '황당하다' 는 비난의 포화 속에서도 액션물이 여전히 비디오 대여순위에서 수위를 차지하듯 무협만화 역시 순정만화와 함께 사그라들지 않는 인기를 누려온 만화계의 양대산맥이다. 허를 찌르는 만화적 상상력이 가장 자유롭게 발휘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최근 3편의 무협물이 인기 대열에 가세, 이미 무협만화의 클래식이 된 '열혈강호' (양재현.대원) 와 더불어 인기 각축이 치열하다.

그 주인공은 '창천항로' (대원) 와 '용비불패' (학산) , 그리고 '천랑열전' (서울문화사) . '창천항로 (蒼天航路)' 는 '조조를 중심으로 다시 쓴 삼국지' 로, 현재 일본 고단샤 (講談社) 주간지 '모닝' 에 장기연재 중인 작품. 스토리는 재일교포 고 (故) 이학인씨가 썼다.

정통 무협물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역사를 배경으로 사이사이 끼어넣은 액션이 일품이다. 현재 13권까지 출간된 이 작품은 간사.교활의 화신으로만 간주돼던 조조 맹덕을 수려한 외모와 냉철한 머리를 지닌 지장 (智將) 이자 대의를 위해 큰 길을 가는 풍운아로 완전히 변모시켜 놓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유비 현덕을 코믹할 정도로 바보스러우면서도 야망을 버리지 않는 '허허실실 (虛虛實實)' 의 인간형으로 해석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삼국지는 현재 '삼국장군전' (박수영). '트러블 삼국지' (정훈이). '뒤집어지는 삼국지' (한미옥) 등에서도 응용되고 있는 '영원한' 인기 소재이기도 하다.

문정후씨가 격주간지 '부킹' 에 연재하고 있는 '용비불패' 는 실감나는 액션 묘사와 함께 작가의 유머감각이 버무려진 수작이다.

홍콩 영화 '동방불패' 처럼 절대로 패하지 않는 소년 협객 용비 (돈을 무척 밝히나,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와 술과 고기를 즐기는 별난 말 비룡 콤비가 펼치는 일종의 동양판 어드벤처물이다.

용비에게 운나쁘게 걸려든 사파 (邪派) 두목 천잔왕 구휘가 양념의 역할을 톡톡히 해 작품의 맛을 더해준다.

처음에는 지나치게 현란한 그림체가 눈에 설지만, 한두 권을 읽고 나면 복선이 촘촘하게 깔린 짜임새 있는 스토리에 빨려 들어간다. 현재 10권이 나와있다.

'천랑열전 (天狼熱戰)' 은 그림체와 스토리 면에서 이 두 편보다 조금 낮은 연령의 독자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8용신전설' 의 작가 박성우씨가 그렸다. 나라를 부흥시키려 중원 (中原)에 발을 들여놓은 고구려 소년 연오랑의 활약과 사랑이 기본 줄거리. 현무.청룡.백호.주작 등의 몸짓을 응용한 사신무 (四神武) 등 나름대로 우리나라를 무대로 삼아 독창성을 꾀하려 한 점이 눈에 띈다.

등장인물의 생김새에서 '신세기 에반겔리온' 등 일본 만화 인기작의 영향이 느껴진다는 독자들의 지적도 있듯 구체적 액션 묘사보다는 큰 장면 하나하나에 비중을 둔 박씨의 그림체는 장.단점 양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아이큐 점프' 에 연재하고 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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