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알면 더 재밌다] 31. "테니스 경기속도 조절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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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서비스, 화려한 발리. 테니스의 정통 공격법이다. 장비가 좋아지면서 강한 파워로 한두번 공을 주고받으면 금세 포인트가 결정되는 장면은 시원하긴 하다. 하지만 지나친 속전속결은 보는 재미를 점점 빼앗아간다. 그래서 관중도 줄어들고, TV 시청률도 계속 낮아져 왔다.

▶ 잔디 코트용 ''곰보'' 신발을 들어 보이고 있는 한국팀 이형택 선수.

고민하던 국제테니스연맹(ITF)은 2001년 9월 색다른 결정을 했다. 코트 재질마다 탄성이 다른 공을 쓰도록 한 것이다. 타구가 느린 코트에서는 반발력이 큰 공을, 타구가 빠른 코트에서는 반발력이 작은 공을 사용하기로 했다. 팬들을 붙잡기 위해 너무 빠르지 않은, 그러니까 '느림의 미학'을 택한 것이다.

테니스 코트는 클레이.하드.잔디 코트로 나뉜다. 클레이 코트는 흙으로, 하드 코트는 특수 합성수지로 바닥을 깐다. 이 중 공의 반발력을 많이 흡수하는 클레이 코트에서 타구가 가장 느리다. 하드 코트는 돌바닥처럼 딱딱해 공이 많이 튀는 편이다. 잔디 코트는 공이 잔디에 미끄러지며 가속이 돼 타구 속도가 가장 빠르다. ITF는 타구가 느린 클레이 코트에서는 기존보다 더 단단한 고무를 사용해 스피드를 높일 수 있는 공을 쓰게 했다. 반대로 잔디 코트에선 물렁물렁한 고무로 만든 공을 쓰게 했다. 그러나 공에 대한 새 규정은 아직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사용구의 최종 결정권을 가진 대회 주최 측이 잘 따라주지 않아서다. 스타를 데려와야 흥행에 성공하는 주최 측으로서는 굳이 스타 플레이어가 싫어하는 공을 쓸 수 없는 입장이다. 스타가 외면하면 돈벌이가 될 리 만무하다. 선수들도 반대했다. "경기시간이 늘어나면 선수 부상 등으로 경기 수준이 떨어진다"(피트 샘프러스.미국) 등의 이유다.

대신 코트 재질에 따라 바닥 재질을 달리한 운동화는 선수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끄러운 잔디 코트에는 신발 바닥에 작은 돌기가 많이 솟은 '곰보' 신발(사진)을 신는다. 스노타이어에 스파이크를 박은 형태다. 반면 클레이 코트용 운동화는 신발 바닥이 부드럽고 요철 부분의 홈도 깊지 않다. 자연스럽게 미끄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코트와 신발의 궁합은 좋은 플레이의 조건이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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