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주의 철학자 들뢰즈 해부…이정우 '시뮬라크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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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우리가 행하는 모든 문화활동은 의미를 전제합니다. 그 의미로 인해 행위는 단순한 물리적 변화가 아니라 문화적 활동이 되는 것이죠. (…) 그렇다면 의미는 문화의 가장 아래 층위, 아니 문화와 문화 이전 (자연) 으로 구분되는 경계선이 존재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 몸입니다. "

이는 소위 동서양의 철학은 물론 제각각 나눠진 학문분야를 관통하는 '가로지르기' 의 철학자 이정우 (40.전 서강대 교수) 씨가 지난해 이화여대에서 행한 강의록 중 한부분으로서 단행본 '시뮬라크르의 시대' (거름.9천8백원)에서 옮긴 것이다.

시뮬라크르는 프랑스어로 '사건' 이란 뜻이다.

이번 저서는 부제로 달린 '들뢰즈와 사건의 철학' 에서 알 수 있듯 후기구조주의 철학의 중심 인물 질 들뢰즈 (1925~95) 를 집중적으로 논하는데 출간의 목적을 두고 있다.

도입부와 연결을 시키자면 '자연과 문화가 만나는 그 접면 (接面)' 은 들뢰즈의 표현으로 '형이상학적 표면' . 접면 또는 표면에서 발생하는 것은 바로 시뮬라크르다.

여기에서 들뢰즈가 사건과 의미를 동일시하는 이유가 나온다.

본질적인 것에 강한 집착을 보여온 전통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시뮬라크르는 몰가치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순간적인 생성의 개념으로 파악을 하고나면 물리적으로 아무런 변화를 초래하지 않는 사건이 우리의 삶에 결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들뢰즈의 사유다.

흔히들 들뢰즈는 21세기를 관통할 가장 유력한 혁명적인 사유방식을 제시한 철학자로 묘사된다.

그것은 파편화한 사유의 체계를 선불교적인 사색으로까지 끌고갈 정도이기 때문이다.

비록 강의록지만 대학원생을 위한 것이어서 이해가 그리 쉽지는 않다.

하지만 들뢰즈.푸코 등 후기구조주의자와의 만남은 꽤나 매력적이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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