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7대 사회보험] 어설픈 제도 모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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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직장 가입자에게 일본형 연금 옷을 입힌 뒤 도시 자영자.농어민 등 지역 가입자에게까지 같은 옷을 입히려다 억지춘향이 된 꼴이다' . 한 연금전문가의 우리나라 연금제도에 대한 비유다.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일본의 직장인에게 적용하는 후생연금을 거의 그대로 본뜬 것이다.

후생연금은 ▶단일 연금구조 ▶ 보험요율의 단계적 인상 (월 소득의 3%→6%→9%) ▶연금 지급수준 = 생애 월평균 소득의 70% ▶노령연금을 받는 연령 = 60세 ▶적립방식 운영 등을 택하고 있다.

이는 88년 직장인을 대상으로 출범할 당시의 한국 국민연금의 골격이다.

건국대 경제학과 김원식 (金元植) 교수는 "직장인에 대한 첫 연금적용 개시를 위해 국민연금법을 개정한 86년 당시의 국내 산업구조와 임금수준 등이 일본의 20년 전과 비슷했기 때문에 일본제도가 대부분 수용된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은 그해 주부 등 전국민을 가입대상으로 한 기초연금 (소액 납부.소액 지급) 성격의 국민연금 (자영자 포함) 과 자신이 낸 만큼 받아가는 후생연금 (직장인만 가입) 의 2층구조로 제도를 개혁했다.

자영자에 대한 소득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영자와 직장인의 연금을 별도 관리하기로 한 것이다.

'한솥' 에 담아 관리할 경우 모두 부실해질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자영자는 기초연금만 가입되며 보험료를 정액으로 내고 가입기간이 같을 경우 같은 액수의 연금을 받고 있다.

일본은 현재도 연금제도 개혁을 진행 중이다.

영국.캐나다.스웨덴의 자영자도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정액으로 연금을 받고 있다.

미국은 자영자와 근로자를 공동 관리하고는 있지만 자영자 비율이 10%도 되지 않아 자영자 소득파악 여부가 연금재정에 큰 부담이 되지 않고 있다.

또 소득이 일정수준 이상인 일부 전문직 자영자만 가입이 허용되고 국세청이 이들의 소득파악을 전담하고 있는 것이 우리와 다른 점이다.

그러나 우리 연금제도는 자영자에게 직장인에 맞는 옷을 강요하고 있다.

스위스만이 우리와 비슷하다.

우리 제도는 '연구대상' 인 셈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연구센터 오근식 (吳根植) 소장은 "우리나라는 전체 연금가입 대상자 가운데 자영자가 절반이 넘는 구조 (서양은 10% 이내) 를 갖고 있어 자영자가 소득을 낮게 신고하면 여파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심각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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