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행정구역 통합 찬반 단체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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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권에서 행정구역 통합이 거론되는 지역은 전남 광양만권(여수·순천·광양시) ·무안반도(목포시·무안군·신안군)와 전북 전주시·완주군이다. 광양만권 통합에 적극적인 오현섭 여수시장과 전주·완주 통합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는 임정엽 완주군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현섭 여수시장 “여수 엑스포 성과 광양·순천도 함께 … ”

“광양만권 통합이 이뤄질 경우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의 성과를 광양·순천도 함께 나눠 가질 수 있잖습니까.”

오현섭(사진) 여수시장은 “광양만권 도시 전체가 공동 번영하기 바라는 마음은 박람회 유치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며 “박람회가 여수만이 아닌, 세 도시 전체의 것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여수에서 박람회 관련 도시개발 투자가 순천·광양에 분산될 것을 우려해 통합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시각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람회의 과실을 여수 혼자만 먹겠다는 자세로 임하면 박람회 자체가 성공을 거둘 수 없다는 설명이다.

오 시장은 “세 도시 모두 독자적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통합해 서로 보완하고 결합하면 상승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은 세 도시 시민 대부분이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예산의 중복 투자 방지와 재정의 효율적 관리, 도시 규모 확대를 통한 국내·외적 위상 강화 등을 위해서도 통합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광양에서는 도시 세력이 여수나 순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서 ‘흡수’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 여수와 순천 쪽에서 이를 이해하고 적극 배려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양 쪽이 계속 반대하면 여수와 순천을 먼저 합치자는 주장도 있지만, 오 시장은 “두 도시만 통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떨어지며, 늦어지더라도 광양까지 안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정부에 대해 “통합 도시에게는 정부 시책사업이나 새로운 성장동력 등 현재 약속하고 있는 것보다 더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또 권역 별로 가능성이 있는 곳을 골라 통합작업과 이에 따른 지원을 집중 지원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해석 기자



임정엽 완주군수 “전주·완주 통합 논의 앞서 지역 현안 풀어야”

“지역발전을 위해 전주·완주가 통합해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찬성합니다. 하지만 통합 논의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두 지역의 현안을 먼저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합니다.”

임정엽(사진) 완주군수는 “우선 급한 문제가 있는데도, 이를 풀려는 구체적 노력은 없이 통합론을 일방적으로 흘리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전주시의 자세를 강하게 비판했다.

임 군수는 전주·완주 두 지역의 주요 현안으로 모악산 주차장 문제와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 등을 꼽았다.

모악산의 경우 주차장 조성과 등산로 정비 등에 100억원을 투자한 완주군이 “모악산 이용객의 90%가 전주시민이니 시설비를 분담하라”고 2년 전부터 요구했다. 그러나 전주시는 아무런 답변이 없다는 것이다. 또 광역상수도가 연결되면 상관수원지의 보호구역을 해제하겠다고 전주시가 약속하고서는 이행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군수는 “예산을 집행하려면 의회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도, 전주시가 ‘자율 통합에 따른 재정 인센티브 2148억원을 완주 쪽에 우선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것은 무책임한 입장 표명”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부채 비율이 완주군(2.7%)보다 7배나 많은 전주시(20.5%)가 인센티브 전액을 완주 쪽에 쏟아 붓는 게 가능한 일이겠냐고 되물었다.

임 군수는 행안부가 밝힌 자율통합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 약속도 제도적인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관련 법이 없는 상태에서 통합 논의가 가열되면 주민들 사이에 대립과 위화감이 조성돼 결국 통합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군수는“정부가 책임을 질 수 있는 특별법이 확정된 후 통합 논의를 시작하는 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며, 우선은 현안 문제 해법을 포함해 두 지역의 상생방안을 찾아 보자”고 주장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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