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지위변경' 북한의 속셈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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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주한미군의 지위변경은 북한측이 남북한 또는 북.미간 접촉때마다 사적인 자리에서 해온 공공연한 비밀이다.

다만 시기상조인 게 너무나 뻔해 공식화되지 않았다.

이는 남북한 사이에 군사적 신뢰관계가 충분히 구축된 뒤에 논의할 사안이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 그런데 북한측이 최근 비공식적으로 제시했다는 주한미군의 지위변경은 주한미군의 철수와 별반 차이가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은 주한미군이 '평화군' 으로 변경된 뒤 ▶북한군에 대한 주적 (主敵) 개념 폐기 ▶북한군에 대비한 주한미군 무기의 용도 폐기 ▶북한군의 남침에 대비한 한.미연합작전계획의 취소 ▶한.미연합훈련 중지 등의 후속조치를 요구해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수용하면 한.미동맹관계의 고리를 끊는 근본적인 변화로 귀착된다.

바로 북한이 지금까지 노리던 것이다.

군 관계자는 "화해와 교류차원에서 남북한이 경협과 금강산 개방 등을 통해 왕래하고 있지만 북한군의 변화는 찾아볼 수 없다" 며 "북한은 기회만 성숙하면 언제든지 남북교류를 걷어치우고 남침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황장엽 (黃長燁) 전 노동당비서도 "북한은 주한미군만 없으면 내일이라도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고 경고한 적이 있다.

이 관계자는 "주한미군 3만7천명은 유사시 대규모 미군을 증원하는 근거가 된다" 며 "한.미연합작전계획과 연합훈련 등을 모두 없애고 나면 코소보 사태처럼 미군을 증원하기 어렵다" 고 단언했다.

한.미연합군은 한반도 유사시 미 본토와 태평양지역의 미군 60만여명과 전투기 및 헬기 2천4백여대 등을 증원하는 시차별전개자료 (TPFDD) 를 계획해 놓고 있다.

주한미군의 지위변경에 대해선 미국도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주한미군이 유엔사와 한미연합사의 '모자' 를 벗으면 평화유지 목적이라 할지라도 주둔 명분이 약해진다.

미국은 동북아에서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력을 배치하는 동아태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주한미군이 평화군으로 바뀌면 당장 주변국으로부터 주한미군 축소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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