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없어 헛돌 1,150억 '돈덩이' 방송위성 또 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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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통합방송법의 표류로 수천억원씩 들여 쏘아올리는 방송위성들이 '사실상 무용지물' 이 되고 있다.

당초 95년 하반기부터 위성방송을 허용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따라 업체들이 위성발사를 추진했지만 정치권의 이해관계 등으로 통합방송법 제정이 몇 년째 늦어지는 바람에 엄청난 금액이 우주 공간에서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부와 데이콤에 따르면 6일 오전 10시14분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될 예정이던 '데이콤 오라이언' 위성 의 발사가 24시간 순연됐다.

정통부 관계자는 "강풍 때문에 발사 때 나오는 인체에 해로운 로켓 연소가스가 주변에 퍼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연기됐다" 고 밝혔다.

델타Ⅲ호 로켓에 실려 발사될 이 위성은 데이콤과 미국 위성서비스업체 오라이언사가 합작.발사하는 것으로, 한국으로선 최초의 민간 위성이 된다.

문제는 데이콤이 8천9백만달러 (약 1천1백50억원) 를 투자한 이 위성이 성공한다 해도 통합방송법 등 위성방송에 필요한 제도가 정비될 2001년 1월까지는 거의 쓸모가 없다는 점이다.

데이콤은 오라이언 위성의 43개 중계기 가운데 8개를 독점 운용, 약 60~80개의 방송채널을 공급할 수 있지만 앞으로 2년 가까이 쓸 데가 없어 1백70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데이콤 관계자는 "연기할 경우 손해가 더 커 강행할 수밖에 없다" 고 설명했고 정통부 고위관계자는 "궤도를 미리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 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국통신이 지난 95, 96년 무궁화 1, 2호를 잇따라 발사했지만 일부 통신 및 시험방송 기능을 제외하곤 거의 사용하지 못해 지금까지 들인 2천8백억원이 사실상 공중에 날아가 버렸다.

게다가 한국통신이 2억2천만달러 (약 2천7백50억원) 를 투자한 무궁화3호를 오는 8월 발사할 예정이지만 이 역시 2001년초까지는 방송용 채널을 사용할 수 없어 3백억원 이상의 손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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