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삶의 의지 심어준 1,500여명의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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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름도 모르는 많은 분들 덕에 일단 남편 목숨은 건졌습니다. 어떻게 고마움을 보답해야 할지…. " 5일 오전 11시 서울강남구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 닷새 전 간 이식수술을 받은 김화섭 (金華燮.36) 씨를 부인 최희순 (崔禧順.35) 씨가 유리 벽을 통해 바라보고 있었다.

감염 우려 때문에 가족의 출입이 안되기 때문이다.

서울동대문구 장안3동사무소 직원인 金씨는 지난해 5월 간경화 말기 진단을 받고 휴직원을 냈다.

"당장이라도 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롭다" 는 의사의 설명을 듣고서였다. 더욱이 아내 崔씨는 폐결핵을 앓고 있고, 아들 재상 (3) 군은 태어나면서부터 희귀병인 가와사키열병에 걸려있는 상태였다.

金씨 가족이 가진 것은 전세금 3천만원과 병휴직자 월 급여 63만원이 전부. 7천만원대의 수술비는커녕 아들 약값과 생활비도 부족했다.

그러나 이들의 사연이 차츰 알려지면서 동료와 지역주민들이 한두푼씩 모으기 시작했다.

멀리 인천.수원에서도 '착한 이' 들의 정성이 답지했다.

목동에 사는 한 주부는 "생활비를 아껴 돈을 마련하느라 너무 늦어 미안하다" 며 1백만원을 보내줬다.

1천5백여명의 사랑으로 마련한 2천5백만원을 수술보증금으로 내고 金씨는 지난달 31일 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金씨는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간호원에게 펜과 종이를 부탁했다.

"알아볼 수 없는 글씨였지만 '빨리 건강을 찾아 은혜를 갚아야 한다' 는 내용이었을 거라고 믿어요. " 920 - 4355~7.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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