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택공사 3년간 24% 감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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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공기업이 너무 타성에 젖어 있더라. 창의적이지 못하고 적극성이 떨어진다.”

이지송 사장 내정자가 8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제공]

이지송(69)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내정자가 8일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본지 전화 인터뷰와 이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다. 내정자 신분으로 업무 파악을 시작한 지 10여 일 만이다.

그는 민간 기업인 현대건설 사장 출신이다. 2003년 채권단이 관리하던 현대건설을 맡아 회사가 재기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내정자는 “공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입안하고 수행한 일은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며 “책임운영제를 반드시 이뤄 내겠다”고도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합쳐 다음 달 출범하는 국내 최대 공기업이다. 자산 규모 105조원으로 삼성전자(72조5192억원)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부채도 무려 86조원에 달한다. 이 중 이자를 무는 금융 부채가 55조원이다. 주공·토공의 과잉 경쟁으로 업무·인력 중복도 심각하다. 이 내정자는 “변화와 개혁에는 필연적으로 희생이 따른다”며 “뼈를 깎는 아픔이 있더라도 구조조정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한국토지주택공사 조직·기능 개편안에서 현재 7367명인 주공·토공 정원을 24%(1767명) 줄이기로 했다. 실제 감원은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지지만 다른 공기업을 통합할 때 감축 비율이 평균 10%대 초반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줄이는 것이다. 본사 조직은 12개 본부에서 6개로, 지사는 두 공사를 합쳐 24개에서 13개로 축소한다. 민간이나 다른 공기업이 할 수 있는 중대형 주택 분양과 집단 에너지사업 등 6개 기능은 없어진다. 택지·신도시·도시개발사업과 재개발·재건축·도시환경정비 기능은 축소된다. 이처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조직원의 반발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실제로 토공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일방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내정자는 “열흘 동안 주공·토공 노조와 여덟 번 만났다”며 “일 열심히 하고, 잘하는 직원이 억울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경영권만은 철저히 지키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노조에) 이 부분은 관여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인사 원칙도 공개했다. “토지공사 출신 한 명 쓰고, 주택공사 출신 한 명 쓰는 산술적 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처럼 능력·성과 중심으로 인사를 하겠다는 뜻이다. 재무 구조에 대해선 “출범 즉시 재무 개선 특별조직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전화 통화가 끝나고 한 시간 만에 그는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잊은 말이 있다고 했다. “최대 목표는 (주공·토공의) 확실한 통합이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직을 안정시키겠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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