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보험사 속속 상륙…국내 생보사 변신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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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국내 생명보험회사들이 대대적인 변신에 나섰다. 미국과 유럽의 내로라하는 보험사들이 한국시장으로 속속 몰려드는 상황에서 그대로 있다가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생보사는 저축성상품을 주로 팔면서 덩치 불리기에만 주력했다. 반면 외국사들은 보장성 상품 위주로 수익성을 추구해왔다. 영업도 국내 생보사들은 주부설계사를 통해 인정에 호소하는 방식을 취했지만 외국사들은 남자대졸자들을 중심으로 단단한 고객층을 확보했다.

지금까지는 외국사들이 탐색전을 펼치며 소규모 장사에 그쳤지만 본격적인 한국상륙이 전개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삼성생명은 대졸남성 영업조직인 '라이프 테크' 팀에 우선 13명을 선발, 교육이 한창이다. 국내 처음으로 설계사부터 지점장까지 모두 남성대졸자로만 구성된 조직이다.

취급하는 상품도 특화돼 있다. 모두 보험과 무관한 직장경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독특하다. 곧 설계사를 1백명까지 충원, 다음달 3개지점의 문을 열고 올해안에 7개지점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취급할 'VIP종신보험' 은 고소득 계층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일생동안의 수입.지출 구조를 그려내고 자식들에게 물려줄 재산까지 계산하는 등 일체의 자금관리를 맡아주는 상품이다.

교보생명은 비교우위가 있는 단체보험분야에서 승부를 걸 작정이다. 이를 위해 단체영업조직을 대폭 키우고 일반회사뿐 아니라 비영리단체 등 특수단체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제일생명은 의류.유통업체 등 다른 업종과 제휴판매에 나섰다. 제휴판매는 비용이 절감되고 소비자 구미에 맞는 상품을 특별한 홍보전략 없이 판매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거대한 외국보험사들과 직접 맞서기에는 규모가 작은 중소형사들은 틈새시장을 파고든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신한생명은 통신판매에서 그동안 짭짤한 재미를 보았기 때문에 통신판매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대신.동양생명도 인터넷 등 새로운 판매채널을 개발하는 한편 대졸남자영업조직으로 정면승부에 나서기 보다는 우리 정서에 익숙한 주부설계사들 가운데 우수설계사만을 남겨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대한생명과 부실 생보사들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국내 생명보험 시장은 기존 대형사와 외국사, 신규진입 대기업 생보사 등으로 3분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며 "과거 관행대로 영업을 계속할 경우 도태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각사의 실정에 맞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판매전략을 하루속히 세워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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