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많은 재.보선 대수술…여야, 개선안 접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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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재.보궐 선거제도가 수술대에 올랐다.

3.30 재.보선을 포함, 최근의 재.보선이 중앙정치의 과도한 직접 개입 등으로 극심한 과열.혼탁양상을 겪은 데 대한 반성의 결과다.

"정당 지도부가 앞장서 개입해 재.보선전을 망쳐 놓고는 이제 와서 제도적 보완책 마련 운운하는 게 미덥지 못하다" 는 선거관계자들의 힐난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다행일 수 있다.

여야가 31일 제시한 제도개선안은 기본골격에서 큰 차이가 없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선거법 위반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것. 국민회의는 선거사범 재판을 현행 3심제에서 2심제로 변경하는 입법을 추진할 방침. 임기를 반 이상 채운 뒤에 당선무효 등의 판결이 내려져 재선거를 치르는 일을 없애기 위해서다.

중앙선관위도 이미 선거법 재판의 '고법→대법 2심제안' 을 내놓고 있고 공감대가 넓어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또 의원직 상실 확정 후 90일 내에 재.보선하도록 돼 있는 것을 6개월 혹은 1년 이내로 시한을 늘려 한꺼번에 실시하는 방안도 여야 공히 검토하고 있다.

선거를 몰아 치름으로써 잦은 선거를 피하자는 발상이다.

국민회의는 이와 함께 현재 잔여임기가 1년 미만일 경우 재.보선 사유가 발생해도 선거를 치르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을 1년 이상 임기가 남은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대법원 확정판결로 국회의원.지방의원.자치단체장직을 상실할 경우 평생 피선거권을 박탈하자는 과감한 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당론으로 채택될는지는 미지수다.

그 자신 보선으로 곤욕을 치른 조세형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이 '재.보선 중앙당 불개입' 을 선언한 것도 관심을 끈다.

당 일각에서 실천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었지만 趙대행과 정균환 사무총장, 정동채 기조위원장이 밀어붙였다.

정당연설회 지원같은 고유의 중앙당 업무 외에 의원들의 집단적 현장투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인데 곧바로 있을 서울 송파갑 등 재선거에서 어느 정도 실천될지 두고볼 일이다.

한나라당측은 국민회의측의 '실천의지도 없는 말장난' 으로 치부하면서도 명분 때문에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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