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창업]'뜨개질용 죽제품' 기계화…월매출 2천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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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나무 바늘로 세계를 정복한다 - . 광주시광산구신창동 백송산업㈜ 사장 김유석 (金有錫.46) 씨는 요즘 즐거운 비명이다.

자신을 실직의 굴레에서 구해줘 고맙기 짝이 없는 대나무 뜨개질 바늘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기 때문이다.

金씨는 동생 광남 (光男.44) 씨와 부인 (46) , 조카 2명 등과 해외 주문량을 대느라 밤을 낮삼아 기계와 씨름하지만 월 25만개밖에 만들지 못해 속앓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독일.일본에 수출되는 金씨네 바늘이 품질을 인정받아 캐나다.미국.아르헨티나 등에서까지 주문이 쇄도, 월 40만개 이상 생산해야 할 판이다.

金씨가 이 회사를 차린 건 지난해 8월. 인력 공급업체에서 관리부장으로 근무하다 97년말 '정리' 된 뒤 고민 끝에 왕년의 경력을 살리기로 작정했다.

군 제대후 16년간 알루미늄 뜨개질 바늘 회사에 다녔던 金씨는 알루미늄 대신 전라도에서 흔한 대나무를 이용하면 재료값도 아낄 수 있다는데 착안한 것이다.

알아보니 한 일본회사의 연간 매출이 5백억원이나 됐다.

그는 즉시 "잘만 만들면 시장은 무한하다" 며 한라중공업에서 일하던 동생을 설득했고 때마침 회사의 구조조정 방침에 고민하던 동생도 흔쾌히 동참했다.

金사장은 날듯이 기뻤다.

기계설비를 아는 동생에다 중국.일본산보다 강한 담양 대나무는 지천이잖은가.

형제는 지난해 6월 2칸 방이 달린 가구 보관창고를 월 30만원에 세내 법인을 만들고 합숙에 들어간지 2개월만에 대나무 조각 절단기 2대, 연마기.성형기.표면처리기 등 바늘제작에 필요한 기계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금형 제작업체 경력 15년의 '기계박사' 인 광남씨는 형의 말만 듣고도 설계도를 만들고 부품을 직접 구입해 필요한 기계를 만들어 냈다.

기계 연구.제작 등에 든 돈은 5천만원. 이들은 겨울에 수요가 몰리는 국내 시장보다는 외국시장을 집중 공략키로 하고, 지난해말 견본이 나오자마자 이를 바이어들에게 보냈다.

때마침 뜨개질이 치매 예방에 좋다는 연구가 나온데다 금속제품보다 환경 친화적이라는 평가가 덧붙여져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지난 1월부터 독일에만 바늘 12만개 (1천만원 상당) 를 수출했다.

수출단가는 바늘 1개에 80원 꼴로 일본제품의 3분의1 수준. 바늘은 두께가 2~7㎜로 12종, 길이는 12~40㎝로 7종이다.

생산 외에 분류.포장작업 일감은 인근 주민들에게 나눠준다.

방학 중엔 金씨의 두 대학생 아들 (22, 20) 도 주문에 대기 위해 합세했다.

현재 월매출은 2천만원 정도. 하지만 金사장은 자동화 시설을 통해 매달 50만개를 생산, 월 4천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광주 =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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