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우리말 바루기 32. '~까지, ~조차, ~마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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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어떤 대상이나 행동.상태가 예상을 넘어선 범위에 포함되거나 해당함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단어로 보조사 '까지.조차.마저'가 있습니다.

체언.부사.활용어미 등에 붙어 특별히 의미를 더하고 표현을 섬세히 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어느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말의 느낌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새겨 둘 필요가 있습니다.

①정치.경제적 불안은 사람들을 패닉(정신적 공황)에까지 이르게 한다.

아이가 모형 비행기를 저렇게까지 좋아할 줄은 몰랐다.

②태도도 나쁜데 말조차 불손하다.

③브루투스 너마저 나를 배신하느냐.

추가 예문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에서 알 수 있듯 ①의 '까지'는 주로 어떤 일이나 상태 따위에 관련되는 시.공간적 범위의 끝, 다시 말해 사물이 진행하여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나 지점을 강조할 때 씀을 알 수 있습니다.

②의 '조차'는 좀더 흥미롭습니다. 이미 어떤 것이 포함되고, 그 위에 더함의 뜻을 보여주는가 하면, 일반적으로 예상하기 어렵고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도 포함하는 의미로 활용됩니다.

③의 '마저'는 비교적 쉬운 유추가 가능합니다. ②처럼 이미 어떤 것이 포함되고, 그 위에 더함의 뜻을 나타내긴 하는데, 하나 남은 마지막을 강조하는 의미로 더 강하게 다가옵니다.

'까지.조차.마저'를 섞어 쓰다 보면 경우에 따라 의미 구분이 모호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지만'까지'는 '극한', '조차'는 '첨가', '마저'는 첨가에 더해 일반적인'한계'의 의미를 나타낼 때 더 잘 어울려 쓸 수 있는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김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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