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소각장 옆에 살겠다더니…강남구청장 관사 빈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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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강남구일원동 수서아파트 115동 502호. 한때 '수서비리' 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을 정도로 서울시내에서도 손꼽히는 주거 요지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아파트엔 3년째 외부인의 출입이 전혀 없으며, 우편함엔 평소 각종 우편물과 광고전단이 수북히 쌓여있다고 이웃 주민들은 전했다.

22평 크기의 이 아파트는 서울강남구 (구청장 權文勇)가 96년 11월 1억1천9백만원을 들여 구입한 구청장용 관사다.

당시는 이 아파트에서 1백m쯤 떨어진 곳에 들어설 일원동 쓰레기소각장에 대해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며 건설 반대 시위를 한창 벌이던 때였다.

강남구청측은 아파트를 산 뒤 "쓰레기소각장 건설지역에 구청장이 들어와 살겠다" 며 은근히 '소각장이 구청장이 가까이 살 만큼 깨끗한 시설' 이라고 홍보했었다.

강남구청의 자신만만한 공언에 주민들은 애써 불안감을 삭이고 소각장 건설 반대를 철회했고, 소각장은 97년 3월 착공, 올해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강남구압구정동 모 아파트에 살고 있는 강남구청장은 단 하루도 이 아파트 관사에서 잠을 잔 적이 없다.

현재 이 아파트의 시가는 구입 당시보다 2천만원 떨어진 1억원 정도로 강남구청은 지금도 매달 7만~8만원의 관리비를 고스란히 내고 있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측은 "전용면적이 15평밖에 안돼 애초부터 구청장의 관사로 쓰기 어려웠다" 고 해명했다.

일원소각장주민대책위원회 운영위원 최정수 (崔正洙) 씨는 "세금으로 매입한 아파트에 구청장이 살기는 커녕 소각장 착공 이후 얼굴을 보인 적이 없다" 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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