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발원의 과외비 조사 결과는 지난해 경제난에다 정부의 과외비 절감대책으로 초.중.고생의 과외비 (개인교습.학원.통신학습) 지출이 크게 줄었을 것이란 예상을 뒤집는 것으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과외병' 이 얼마나 뿌리깊은지를 잘 말해준다.
김흥주 (金興柱) 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경제규모가 커진데다 과외를 많이 받는 초등.고교생이 98년보다 늘었기 때문" 이라며 "그러나 공교육비 투자도 늘어 전체 교육비 중 과외비 등 사교육비 비중이 지난해 49.1%를 기록, 처음으로 공교육비가 사교육비를 넘어섰다" 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조사 결과는 올해부터 시행된 중.고1 보충수업 폐지 등 고교교육개혁의 성공을 위해선 정부의 과외 근절 대책이 좀더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쪽으로 이뤄져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 실태 = 교육개발원 조사 결과 전체 초.중.고 (일반고) 학생의 80% 이상이 과외를 받았다.
전체 학생의 30%는 음악 등 재능학원, 10%는 개인교습, 13%는 입시학원, 21%는 통신학습지 교습을 받았다.
97년 교육개발원 조사에 비해 개인교습 (97년 31%) 은 크게 줄었지만 통신과외 (97년 5%) 는 상당히 늘었다.
경제난으로 '값싼' 과외가 성업 중인 것이다.
한달 평균 과외비는 초등학생이 12만6천원, 중학생이 12만9천원, 고교생이 14만9천여원. 학년이 높아질수록 과외비가 많이 들어갔다.
그러나 이것은 전체 평균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더 많은 과외비를 지출하는 가정도 상당수에 이르는 실정이다.
중견회사에 근무하는 姜모 (42) 차장은 "고3 아들을 위해 매달 영어.수학 과외비로 1백만원을 쓴다" 고 말했다.
◇ 문제점.대책 = 많은 교육학자.학부모들은 공교육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육개발원 조사 결과 방과 후 수업을 받는 학생은 전체의 23%에 불과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가 97년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도입한 교육방송의 위성교육방송 시청률도 60%대 (중.고)에 머물러 있다.
대학생.고1 자녀를 둔 중견기업 文모 (49) 부장은 "고1 보충학습이 없어지면서 학원비.과외비로 월 50여만원이 들고 주변에는 과목당 과외비로 1백만원을 지출하는 가정도 있다" 며 "학교교육이 충실해져야 월급쟁이가 살 수 있다" 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불법과외를 적극 단속하고 장기적으로는 방과 후 수업 활성화.대입제도 개선 등을 통해 과외가 불필요한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학부모들도 믿고 따라가면서 학교운영위원회 등에 적극 참여, 스스로 학교의 공교육 기능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오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