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 일대 '교통지옥'] 현장르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20일 오후 10시 동대문운동장 건너편 두산타워 앞. 주변 차도를 이중으로 점령한 주.정차 차량과 오가는 차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이다.

두산타워.밀리오레.프레야타운 등 인근 대형상가의 진.출입로 마다 차량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다.

게다가 지방상인들이 타고온 대형버스들은 아예 차로에 주차해버렸다.

보도변 두개 차선이 주차장이 돼 버린 꼴이다.

이 때문에 택시들도 인도로 접근하지 못해 길 한복판에 손님을 내려주고 가 버린다.

12개 노선버스가 이용하는 밀리오레 앞 정류장은 위험천만이다.

1, 2차선으로 오던 버스들이 급히 차선을 바꿔 정류장 가까이 오면 승객들은 사고위험을 무릅쓰고 도로로 나와서 버스를 타야 한다.

동대문에서 장충동 방면으로 가기 위해 흥인문로를 지나는 차들은 상가이용차량을 피해 차선을 바꾸려고 중앙차선으로 끼어들 틈만 노리고 있다.

원래도 상습 정체구역이던 이곳은 지난달 26일 34층 규모의 대형쇼핑센터 두산타워가 들어선 후 '구제불능' 상태가 됐다.

지방상인들이 타고오는 대형버스는 과거엔 하루 20여대였으나 두산타워 개장후 50~60대로 늘어났다.

하지만 버스 주차시설은 대형상가 세곳을 합쳐도 10대도 안된다.

이 버스들은 지방상인들이 물건을 떼올 때까지 두산타워 부근 도로를 점령할 수 밖에 없다.

낮 교통상황도 마찬가지 형편이다.

19일 오후 5시에는 두산타워 앞에서 유턴하는 차들이 상가 앞에 서있는 차들에 막혀 제대로 돌지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는 바람에 혜화동.신설동에서 진입하는 차들까지 꼼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회사원 김대욱 (金大旭.33.성북구안암동) 씨는 "동대문에서 을지로6가까지 1㎞ 이동하는데 40분이나 걸렸다" 고 말했다.

또 청계고가에서 청계천 6가로 내려오려는 차량들은 청계천에서 두산타워쪽으로 우회전이 잘안돼 밀려있는 차들 때문에 그 뒤로 2백m씩 늘어서는 등 고가도로 위까지 정체가 이어졌다.

차량정체뿐 아니라 이 일대 보행여건도 최악의 상태다.

폭이 3m도 안되는 인도의 절반 이상을 노점상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20만명에 달하는 이용객들은 서로를 몸으로 밀치면서 종종걸음을 쳐야 통행할 수 있을 정도다.

거기에다 상가앞 광장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공연행사와 상가 진입로를 오가는 차량 등에 밀려 수백명씩 오도가도 못하고 몰려있기가 일쑤다.

20일 쇼핑을 나온 김수영 (金修映.24.대학생.마포구아현동) 씨는 "가뜩이나 좁은 인도를 절반씩 차지하고 있는 노점상은 왜 단속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