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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접속] JP '바둑돌 자꾸 떼면 안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여야 국회의원들이 모처럼 정쟁을 벗어나 수담 (手談) 을 나누는 친선의 시간을 가졌다.

20일 김종필 (金鍾泌.얼굴) 총리 초청으로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개최된 제1회 국회의원 바둑대회가 그 무대. 대국장을 찾아 격려하던 金총리는 대국 중이던 자민련 이동복 (李東馥) 의원에게 "한번 놓은 바둑돌은 자꾸 떼는 법이 아니여" 라며 최근 내각제 국면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하기도 했고, 의원들 역시 대국 중 정치상황을 빗댄 뼈있는 농담을 교환.

국민회의 김경재 (金景梓) 의원이 "어떤 사람은 하도 돌을 세게 놓아 판 전체를 흐트러뜨린다" 고 하자 자민련 이동복 의원은 "윷도 '장외' 로 나가면 실격" 이라고 은근히 야당의 태도를 꼬집으며 맞장구. 이에 질세라 한나라당 의원들은 "너무 선린우호형으로만 응수하니 안되겠다" 며 '투쟁의지' 를 간간이 내비쳤다.

정치와 바둑이 한참 어우러진 가운데 金총리는 지도차 대국장에 나온 조훈현 (曺薰鉉).이창호 (李昌鎬).서능욱 (徐能旭) 9단 등 프로기사들과 환담하며 "한병기 (韓丙起) 전 주캐나다대사는 8급 실력이면서 1급들에게 훈수를 하곤 했다" "바둑에 관심을 보였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영문 바둑소개서와 바둑판을 소포로 보내주었다" 는 등 바둑에 얽힌 일화를 소개.

金총리는 曺9단과의 지도대국을 권유받자 "어딜 감히…" 라며 극구 고사. 아마추어 5단~2급 실력의 의원 24명이 한자리에 모여 의사당 최고수를 가린 대회에선 한나라당 이수인 (李壽仁.아마5단) 의원이 고수급 결승전에서 조순 (趙淳.아마5단) 명예총재를 꺾고 우승, 金총리가 아끼던 옥돌 바둑돌을 우승상품으로 차지. 3위도 한나라당 이상현 (李相賢) 의원에게 돌아가는 등 이날 대회는 야당이 휩쓸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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