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소아 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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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맣고 초롱초롱한 우리 아이의 눈동자가 어느 순간 시선을 잘 맞추지 못하거나 한쪽으로 몰린 듯 보인다면 한 번쯤 소아 사시를 의심해야 한다.

사시란 사물을 볼 때 두 눈 중 하나가 다른 곳을 향하는 것을 말한다. 100명 중 3~4명에게 나타날 정도로 드물지 않은 질환이다.

생후 6개월이 돼도 눈을 잘 맞추지 못하거나 두 눈의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며, 일정한 곳을 주시하지 못하면 사시를 의심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도록 한다. 사시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결국 눈의 위치와 움직임을 조정하는 신경계와 눈 근육 기능 사이의 조화가 무너진 데 따른 것이다.

사시는 저절로 고쳐지지 않으며, 방치할 경우 시력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한다.

우리는 두 눈을 동시에 사용해야 세밀한 입체감을 느끼고 시야를 넓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양 눈의 초점이 맞지 않고, 시야가 다르니 양쪽 눈의 시력이 급속히 나빠진다. 시력 발달은 만 6~8세 이전에 대부분 완성되므로 조기진단·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소아 사시에 대한 조기 검진율은 턱없이 낮다. 새빛안과병원 소아 안과를 찾은 만 19세 이하 사시 환자 1096명을 분석한 결과, 약 30%에 달하는 318명이 만 9세가 지나 병원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아 사시가 의심 되는 어린이는 우선 굴절(시력) 검사를 실시해 이상이 발견될 경우 안경 처방을 받도록 한다.

소아 사시 증상을 보이면 적극적인 치료를 한다. 기본적으로 시력을 보존하면서 눈의 위치를 바로잡는 수술을 받는다. 이때 양쪽 눈의 시력을 고르게 회복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소아 사시 어린이는 정면을 보는 눈만 지속적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눈은 상대적으로 시력 발달이 안 돼 약시로 이어진다. 이때 양쪽 눈의 균형을 맞춰주는 약시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살펴본다.

안경 처방이나 약시 치료를 받은 뒤에도 눈이 제자리를 찾지 않는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만약 환자의 나이가 만 10세 이상이며, 이미 심한 시력 이상이 온 상태라면 수술로 시 기능을 회복하긴 어렵다. 눈의 위치만 바로잡는 미용 수술에 만족해야 한다. 결국 소아 사시 환자가 제대로 된 시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력 발달 과정 초기에 진단·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녀가 얼굴을 옆으로 돌려서 본다거나, 한 곳을 고정해서 주시하지 못하는 경우, 또 생후 6개월이 돼도 눈을 잘 맞추지 못한다면 시기를 놓치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도록 하자.

새빛안과병원 사시클리닉 박수철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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