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개인홈페이지' 확산…자연과학분야 선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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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국내 대학교수들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 자신들의 강의.연구내용을 비롯 일종의 대사회적 발언 등을 올리는 현상이 본격 확산되고 있다.

교수들의 홈페이지는 교수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공개적으로 검증받고,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강의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특히 짜여진 커리큘럼에 따라 강의를 진행한 이전의 사이버대학과 달리 교수 홈페이지에서는 강의 외에 교수와 학생의 다양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자기 소개를 위해 백일기념사진이나 가족 사진을 올려놓을 뿐 아니라, 전공과 무관한 시사논쟁을 벌이기도 하는 상황이다.

"제 사이버 강의실에 접속하는 학생은 국경을 뛰어넘습니다. 우연히 웹서핑을 통해 제 홈페이지를 발견한 미국과 캐나다의 유학생들이 '팬' 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 " 지난해 12월 '현택수의 문화비평' 이라는 홈페이지

(tiger.korea.ac.kr/~hyunts) 를 개설한 고려대 사회학과 현택수 교수는 폭넓은 학문 교류를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전공이 다른 학생들에게도 개방적이어서, 교수와 학생 모두 학문 세계 확장의 계기가 된다는 것.

개설.폐지가 빠르게 변한다는 특징으로 정확한 통계는 불가능하지만 현재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교수들은 줄잡아 1백명 안팎. 인터넷세대라 할 수 있는 30, 40대 교수들, 특히 인터넷의 본고장 미국에서 공부한 유학파 교수들이 주종이다.

교수들은 자신의 강의를 홈페이지에 옮겨놓는 일부터 시작한다.

한국과학기술원 전자공학과 임종태 교수 (iron.kaist.ac.kr) 는 숙제와 숙제 해답, 채점 결과까지 홈페이지로 통보한다.

학생들이 교내 랜 (LAN) 을 이용해 손쉽게 인터넷에 접속한다는 장점을 최대한 이용한 경우다.

"일반인에게도 어필할 수 있도록 특화한 홈페이지" 가 필요하다는 현씨의 주장처럼 전공특성을 살린 홈페이지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고려대 경영대 이필상 교수 (kuba.korea.ac.kr/~phillee) 는 주가지수.환율 등을 실시간 경제지표로 제공하고 있으며, 서울산업대 백욱인 교수 (soback.kornet.nm.kr/~wipaik) 는 홈페이지 '네트사회학' 에 '네트잡지 (NetZinc)' 라는 월간 웹진을 발행하기도 한다.

교수들의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는 또하나의 유용한 정보는 다양한 다른 사이트와의 연결이다.

경북대 심리학과 곽호완 교수 (pearl.kyungpook.ac.kr/mainK.html) 의 홈페이지는 심리학 연구자들이 필요로 하는 국내외의 다양한 사이트를 연결해 포탈사이트 (관련 사이트를 찾아가는 관문으로서의 사이트) 로서의 역할까지 한다.

컴퓨터 통신 하이텔을 통해 문학강좌와 평론을 진행했고, 현재 사이버대학에서 문학강의를 하고 있는 서강대 국문과 우찬제 교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우리 학문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는 공간" 이 될 수 있다고 긍정하면서 "교수홈페이지가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영어.불어 등 외국어 서비스도 준비해야 하며 또한 통신회선 확대 등 인터넷 환경 개선도 시급한 문제" 라고 강조했다.

고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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