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적자늘자 법인세 기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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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기업들의 결산실적이 적자 투성이로 확인됨에 따라 '설마' 했던 국세청에 법인세 세수 (稅收) 확보 비상이 걸렸다.

최근 증권거래소가 12월 결산 4백59개사의 지난해 결산실적을 집계한 결과 이들 기업은 모두 12조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올해 법인세 신고액은 1조원 이하로 급락해 지난해 신고액의 30% 수준에도 못미칠 전망이다.

올해 국세청의 법인세수 예상치 (8천9백74억원) 는 지난 84년 (8천2백78억원) 이후 15년만에 가장 적은 것이다.

특히 대형 법인세 세원 (稅源) 인 10대 그룹 가운데도 현대.대우.한화 등의 적자 폭이 지난해보다도 확대돼 세수확보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됐다.

국세청은 기업들이 이같은 '헛장사' 결과에 편승해 법인세를 최대한 낮춰 신고하려는 부당행위가 극심할 것으로 보고 이달말 법인세 신고가 마감되면 4월부터 불성실신고 혐의가 있는 기업에 대해 강도높은 세무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이번에는 이자 또는 배당소득에 따른 원천징수세액을 과다공제해 비용을 늘리거나 예금이자를 축소해 수익을 줄이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줄여온 혐의가 있는 6만개 기업에 대해 정밀 전산작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부터 금융기관과 연결된 국세 통합전산망을 이용해 실제 원천징수세액을 법인세 신고 직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장부를 이중으로 관리하며 기업소득을 사업주 개인소득으로 빼돌린 혐의가 있는 1천6백16개 기업에 대해서는 지난 96, 97년 귀속분 소득까지 정밀조사를 벌여 추정 소득금액을 근거로 탈루액을 전액 추징키로 했다.

또 ▶영업이익.환차익 축소 ▶고의적 세무신고 오류 ▶신용카드 거래비율 저조 등의 혐의가 드러날 경우에는 전면적인 세무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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