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현민시스템 이화순 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왜 돈이 안되는 것만 하세요. "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인 현민시스템 이화순 (李和順.47.여) 사장은 이같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말없이 웃기만 한다.

창립 11년째. 벤처기업치고는 꽤 나이를 먹은 셈이지만 요즘 히트상품 개발로 한번에 수십억원씩 벌어들여 각광 받는 화려한 벤처기업과는 뭔가 다르다.

하지만 李사장이 자부심을 갖는게 한가지 있다. '여성' 들을 정보화사회로 인도하는 노력을 누구보다 많이 기울였다는 것. "창업 2~3년 뒤 한 주부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이 컴퓨터를 즐기며 좋아하는데 자신은 쏙 빠져 소외감을 몹시 느낀다는 것이죠. "

딸 둘을 둔 엄마이기도 했던 李사장은 그 주부와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여성, 특히 주부들이 정보화사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지 않도록 힘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 주부들도 PC를 쉽게 배울수 있는 교육용타이틀. 인터넷.워드프로세서.PC통신 등을 쉽게 가르치는 'PC알짜배기시리즈' . '앞치마에 담긴 보람' (한국 전통요리 시리즈) 등 10여개 소프트웨어를 매년 출시했다.

이달에는 한국자생식물보존회와 공동으로 '한반도 식물백과' 를 펴냈다. 이밖에 하이텔.유니텔.나우누리 등 PC통신에 여성법률구조.육아정보 등 '여성종합정보' 를 7년 이상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주로 여성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매출이 변변치 않았어요. 돈버는데 전력하라는 충고도 듣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 대신 그녀는 정부의 공공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나 검색소프트웨어 개발 등 용역 (用役) 사업으로 회사를 꾸려가고 있다.

"지금은 시장규모가 작지만 두고보세요. 언젠가는 주부들이 컴퓨터를 먼저 찾고 프로그램을 꼼꼼히 고르는 능력을 갖추게되면 시장성도 있어요. "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78년 전공과 달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프로그래머가 된 李사장은 남편 (회사원.51) 의 해외근무 때문에 3년간 말레이시아에서 살다 87년 귀국했다.

여자인데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취업이 마땅치 않자 88년 프로그램 개발회사를 직접 차렸다.

김종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