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울고, 웃고, 상처받고 … 에이즈 감염자도 똑같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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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우리는 다르지 않아요
정연숙 글 조성애 그림
여원미디어, 38쪽 시리즈(총 55권) 32만3000원

위인전 시리즈 ‘탄탄 피플 인 피플’ 중 하나다. 주인공은 은코시 존슨. 책 첫 문장에 따르면 “평범한 아이”다. 물론 은코시에게 남다른 구석은 있다. 1989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난 은코시는 태어날 때부터 에이즈에 감염된 상태였다. 에이즈에 걸린 엄마 뱃속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은코시는 여전히 평범한 아이였다. 축구를 좋아하고, 방 치우는 것을 싫어하는 보통 소년으로 자랐다. 하지만 세상은 은코시를 멀리했다. 에이즈 환자라는 이유로 학교에도 가지 못했다.

“나도 학교에 가고 싶어요.” 여덟 살이 된 은코시의 평범한 바람이었다.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시위가 이어졌지만, 1997년 은코시는 드디어 학생이 됐다. 화제의 인물이 된 은코시. 2000년엔 미국에서 열린 세계에이즈총회에 연설자로 초청되기도 했다. “우리는 다르지 않아요. 우리는 사랑하고, 우리는 웃고, 우리는 상처받고, 우리는 울어요. 우리는 모두 똑같아요. 우리를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들여 주세요.” 편견 없는 세상을 향한 은코시의 호소는 깊고 긴 울림을 남겼다.

‘… 피플’ 시리즈에는 은코시만큼이나 생소한 인물이 많다. 어린이 노예노동 반대 운동을 펼친 파키스탄 소년 이크발 마시흐, 레모네이드 가게를 만들어 소아암 연구 기금을 모은 알렉산드라 스콧,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에 어린이 대표로 참가해 명연설을 남긴 세반 스즈키 등이다. 또 기존 어린이 위인전 목록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던 체 게바라와 프리다 칼로·로버트 카파·전봉준·최승희 등도 다뤘다. 엄청난 업적보다는 남다른 철학이 돋보이는 인물들이다. 각 인물의 삶 전체를 미화하지 않았다는 것도 ‘… 피플’시리즈의 특징이다. 각 인물에서 하나의 키워드를 뽑아내, 주제별로 서술했다. 소위 ‘위인’에 대한 무책임한 우상화를 막는데 효과적인 장치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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