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인사 20여명 산행…같은날 민정계 골프모임가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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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두환 (全斗煥)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17일 북한산에 오른다.

허삼수 (許三守) 전 의원.안현태 (安賢泰) 전 경호실장.이양우 (李亮雨) 변호사.이원홍 (李元洪) 전 문공장관.차규헌 (車圭憲) 전 교통장관.김주호 (金周浩) 전 농림수산부장관 등 5공 (共) 인사 20여명이 함께 할 예정이다.

매주 갖는 정례산행이지만 장세동 (張世東) 전 경호실장이 서울송파갑 재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후 갖는 등산이어서 이목을 끈다.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5공세력들이 집단적으로 정치재개를 하려는 신호탄" 이라는 의혹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같은 날, 한나라당 이한동 (李漢東).김윤환 (金潤煥) 전 부총재 등 민정계의원 16명도 골프회동을 갖는다.

민정계가 이렇게 대단위로 움직이는 것은 이례적. "강경투쟁 일변도의 이회창 (李會昌) 총재 지도체제에 반발해온 민정계가 집단움직임을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 아니냐" 는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이들의 움직임에 한나라당 주류측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영남권을 본거지로 하는 5공 세력의 정치무대 재등장은 한나라당엔 적신호다.

한나라당의 입지약화를 가져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한 고위당직자는 "떼어논 당상으로 여기던 서울송파갑 재선거도 張전실장이 출마한다면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 이라고 털어놨다.

"여권이 전두환 비자금에 대한 추적.징수 등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이들의 정치재개를 묵인했다" 며 현정권과의 '빅딜의혹' 을 제기하며 조기진화에 애쓰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당내 민정계의 규합 움직임도 신경쓰이는 대목. "민정계가 全전대통령의 5공 세력과 본격적인 제휴까지는 아니더라도 '5공 향수론' 에 편승, 입지를 확보하려는 속셈" 이란 게 李총재측 분석이다.

李총재측은 그러나 이들에 대한 공개비난은 자제하고 있다.

이들을 자극해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다.

속으로는 "자기네가 무슨 낯으로 정치 전면에 나서느냐" 면서도 얘기는 삼가는 한나라당 주류는 말 그대로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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