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베이징 사계]'두부 찌꺼기 부실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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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5일로 막을 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 (全人大) 내내 중국 관리들 표정은 무거웠다.

부실공사 문제가 회기 내내 도마 위에 올라 민초들의 격분을 샀기 때문이다.

'중국판 성수대교 참사' 는 이미 오래전부터 곳곳에서 터져왔다.

98년에도 크고 작은 건물과 다리가 무너져 무수한 인명을 앗아가더니 급기야 올해 1월 4일엔 직할시 충칭 (重慶) 의 '차이훙 (彩虹)' 교가 붕괴돼 40명이 수장되는 참극까지 발생했다.

이에 대한 라오바이싱 (老百姓.일반인) 의 분노는 '1천억위안 (약15조원) 짜리 두부찌꺼기 (豆腐渣.비지)' 란 표현으로 압축된다.

두부찌꺼기는 흐물흐물한 엉터리 공사를, 1천억위안은 이같은 부실공사로 한해 낭비되는 돈의 액수다.

원래 두부찌꺼기 공사란 말은 지난해 8월 대홍수때 주룽지 (朱鎔基) 총리가 창장 (長江)에 눈물을 흩뿌리며 비감하게 던진 질책이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원흉은 홍수라기보다 철근도 없이 모래로 적당히 얼버무려 마무리한 부실공사였기 때문이다.

이번 전인대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95년 이후 준공됐거나 그 이후 진행 중인 50만위안 이상의 공사 21만5천4백건 중 40%가 부실이다.

이같은 부실로 매년 1천억위안의 혈세가 낭비된다.

이는 중국이 지난해 내수진작을 위해 발행한 1천억위안의 국채와 같은 액수다.

전인대 상하이 (上海) 대표 장중리 (張仲禮)가 '반부패법' 제정을 올해 1호 안건으로 들고 나온 것도 이런 사정에 연유한다.

검찰원에 적발된 뇌물수수죄 10만건 중 부실공사 관련은 무려 62%나 된다.

때문에 세간엔 '큰 건물이 들어서면 관리들이 우수수 떨어지네 (大樓蓋起來 幹部倒下去)' 라는 비아냥이 유행 중이다.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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