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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의 歌客 임재범, 7년만에 '팬 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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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등대가 보이는 바닷가. 탤런트 정우성이 차를 세운 채 먼 곳을 바라본다. 그때 들리는 매혹적인 속삭임. "오랫동안 기다려왔어…. " 80년대 최고 가객 임재범이 돌아왔다.

85년 그룹 시나위의 보컬로 데뷔한 그는 '크게 라디오를 켜고' 로 이 땅에 '코리안 헤비메탈' 의 고고성을 울렸고 솔로로 전향한 92년에는 폴 영의 '에브리타임 유 고 어웨이' 를 연상시키는 매혹적인 팝발라드 '이밤이 지나면' 으로 사랑받았던 인물. 그가 7년만에 다시 대중의 사랑을 받고있다.

그의 노래 '사랑보다 깊은 상처' 가 최근 드라마 '해바라기' 와 이동전화CF에 삽입되면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 2년 전 나왔던 그의 솔로 2집에 수록된 '사랑보다…' 는 저음으로 시작하는 첫 소절부터 듣는 이의 귀를 붙잡아 매는, 2집의 백미였다.

이 곡의 뒤늦은 인기에 힙입어 그동안 먼지 덮인 채 잠자고있던 2집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설 직후부터 지금까지 5만장이 팔려 97년 당시 2집 판매고 7만장에 육박하고 있다. 98년 낸 3집까지 덩달아 팔리고 있어 '임재범특수' 라 할만하다.

1백80㎝가 넘는 큰 키에 선 굵은 외모의 임재범은 남성적 매력이 넘치는 가수다. 딥퍼플의 데이비드 커버데일.로니 제임스 디오 등 강력한 메탈 보컬리스트들에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제임스 잉그램같은 소울 가수들도 좋아한다. 그래서 그의 목소리는 힘과 미 (美) 를 겸비한 이국적인 개성을 자랑한다. 특히 중저음대가 압권이다. 강력한 소리의 뿌리 위에 섬세한 속삭임을 녹인 보이스컬러는 국내에선 찾기 힘든 독특한 것이다.

7년만에 상업적 성공을 맛보고 있는 그는 그러나 현재 행방이 묘연해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그는 예전부터 음반을 내놓을 때면 장기간 잠적하는 괴벽으로 악명높다.

매니저도 "오대산의 절 같은 곳에서 은둔중일 것" 이라고 추측만 할 뿐 행방을 모른다.

대중을 의식 않고 럭비공처럼 튀는 음악스타일 때문에 임재범은 흥행운이 좀처럼 없던 가수였다. 시나위에서 함께 활동했던 김종서가 솔로로 전향한 뒤 인기가수로 뜬 반면 임재범은 외인부대.아시아나 등 '배고픈' 메탈그룹을 전전하며 고생했고, 솔로로 바꾼 뒤에도 순탄하지 못했다.

잦은 출연펑크, 성추문 등으로 방송가에 미운 털이 박혔고 이 때문에 5년만의 재기작인 97년 2집은 홍보도 못한채 접혀버렸다.

그럼에도 임재범은 지난해 낸 3집에서 색깔이 완전히 다른 전위적인 프로그레시브록을 선보였다. 주위의 반응에 신경쓰지 않고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밀고나가는 뮤지션임을 보여준 것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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