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선거구제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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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정길 (金正吉) 청와대 정무수석의 '중.대선거구제 검토' 발언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조세형 (趙世衡)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은 7일 "중.대선거구제를 검토해본 적은 없지만 야당이 협상안으로 내놓으면 응할 수 있지 않겠느냐" 고 선거법 개정논의에 불을 붙였다.

한나라당 신경식 (辛卿植) 사무총장도 "기존 당론인 정당명부제 반대 및 소선거구제 유지에는 변함이 없다" 면서도 중.대선구제에 대해 "검토가 가능한 안" 이라며 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렇지만 金수석의 발언은 선거구제 변화의 본격 추진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보다는 현재 여권이 추진중인 정당명부제가 야당의 반대로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띄운 '애드벌룬' 성격이 강하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중.대선거구제에 입맛을 다시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간파한 여권의 불씨 지피기라는 얘기다.

지금으로서는 중.대선거구제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와 병행 추진될지 아니면 그 대안으로 채택될지조차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형태야 어찌 됐건 여권의 검토 배경에는 의원정수 축소 등 정치개혁 추진에 따른 의원들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

현재 여야 각당은 2백99명의 의원수를 30~50명 정도 줄이는 안을 갖고 있다.

여기에 만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채택될 경우 지역구가 50~70석 이상 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여야 모두 지역구 의원들의 내부 반발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저항을 복수공천을 통해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여기에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의원을 선출할 경우 특정지역에서 특정당이 독식하는 지역구도를 허물어 3당의 전국정당화가 가능해지는 효과도 기대했을 법하다.

또 중.대선거구제는 당 총재의 공천권을 강화시키게 돼 야당지도부 설득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선호도는 당별.지역별 및 경력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여야 모두 전국정당화가 가능해지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영남권의 한나라당, 호남권과 수도권의 국민회의, 충청권의 자민련 의원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또 중진들에게 유리한 반면, 초선의원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더욱이 정치신인의 진출이 어려워지며, 자칫 선거구역 확대로 선거비용이 도리어 증대하게 되는 부정적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희비쌍곡선이 이 제도 추진의 동인 (動因) 이면서도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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