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스케치] 자민련 '몽니' 한나라 맞장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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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정부 질문이 있은 3일 국회 본회의장은 누가 여당이고 누가 야당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한마디로 국민회의가 '왕따' 를 당했다.

최대의 이슈가 된 내각제 개헌시비 때문이었다.

내각제를 둘러싼 마찰로 인한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간의 설전은 거칠게 거듭됐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은근히 자민련 주장에 맞장구 치며, 자민련의 '몽니' 를 부추겼다.

이인구 (자민련) 의원 발언 때가 하이라이트였다.

내각제 개헌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李의원에게 한나라당 의원들은 손뼉을 치며 동조했다.

이에 李의원은 한나라당 의석을 향해 "연설도중 호응해줘서 고맙다" 고 답례를 보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연설을 마친 그에게 악수세례를 퍼부었다.

정계개편과 정당명부제 도입을 둘러싼 공방 때도 같은 양상이 벌어졌다.

李의원이 "상대당 국회의원을 빼내와서 인위적으로 안정세력을 구축하는 것은 시도해선 안된다 (정계개편)" "정당명부제가 도입되면 정당의 독재화가 우려된다 (정당명부제)" 며 야당과 같은 주장을 펴자, 한나라당 의석에선 "잘했어" 라는 환호성이 터졌다.

자민련과 한나라당의 이례적 '공조' 에 참다 못한 국민회의 김경재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 혼자 일하고, 총리는 국정에 손놓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총리가 내각제 홍보에만 급급하고 있다" 며 김종필 총리에게 직격탄을 쐈고, "헛소리 말고 내려와 (李在善의원)" 등 자민련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한편 내각제 추진시기와 관련, "대통령과 담판할 성질이 아니다" 고 말한 김종필 총리는 "구체적 일정을 말해달라" 는 의원들의 즉석질문에 "몇번을 물으셔도 지금은 이 정도밖에 답변드릴 수 없다" 고 말했다.

金총리는 이에 앞서 3당 총무들과 티타임을 갖고, 전날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 총재의 기자회견으로 인한 여야 해빙무드를 주제로 환담을 나눴다.

金총리는 "이제야 해빙무드가 찾아오는 것 같다" 고 했고, 이부영 (李富榮) 한나라당총무는 "한화갑 (韓和甲) 국민회의 총무가 애를 많이 썼다" 고 화답.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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