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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답사기를 보고] 박석무 학술진흥재단이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녹슬어 끊긴 철로" "철마는 달리고 싶다" "보고도 못 가는 산하" "꿈에도 못잊을 그리운 내고향" 등등, 분단 조국을 상징하는 언어들이 줄줄이 생각난다.

'북한문화유산답사' 라는 제목으로 지난 1년여 동안 계속된 중앙일보의 연재는 우리 모두에게 분단의 아픔과 통일에의 간절한 소망을 불러일으킨 뜻깊은 보도였다.

아름다운 고향산천을 뒤로 하고 남하했던 수많은 실향민들은 손을 벌리면 잡힐 듯한 북의 문화유산을 사진으로 보면서 간절한 사향 (思鄕) 의 정을, 책과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그곳을 구경한 적이 없는 남녘사람들은 또 그들대로 통일에의 북받치는 욕구를 참을 수 없었으리라. 폐허로 남아 주춧돌만 앙상한 고려왕궁 만월대, 포은 정몽주의 충절의 혼이 서린 선죽교, 표훈사 뜰에 깔린 숱한 전설과 야화 (野話) 들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몸이 북녘 문화유산의 정면에 서 있음을 느끼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백두산.묘향산.금강산의 찬란한 신비를 사진으로만 감상해야 하는 안타까움이 컸지만, 당대의 문객들인 고은.김주영.유홍준.최창조씨가 펼치는 유려한 문체에 어느 정도 북한 문화유산의 구경은 이룬 셈이 되었으리라. 때론 한장의 사진이 백마디 말보다 더 생생하게 실상을 보여줄 수 있다.

매주 북한답사기에 실리는 사진들을 대할 때마다 나는 그것으로 북한구경을 다 끝마친 듯한 기분에 빠져 들곤 했다.

다만 독자들의 그리움.간절함.소망을 충족시킬 수 있으려면 더 세세하고 자상한 소개가 필요했는데 신문지면이 갖는 한계 때문에 그렇지 못했던 게 아닌가 하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박석무 학술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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