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1주년 국민과의 대화] 문답 집중된 경제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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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은 모처럼 가진 국민과의 대화에서 몇가지 '선물' 을 준비했다. 국운을 건 구조개혁과 그에 따른 고통분담을 누누이 강조하면서 그 대가로 제시한 것이다.

대표적인 선물은 金대통령이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두개의 '5%' 로 요약된다. 하나는 2000년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이며, 다른 하나는 2001년 실업률이다.

이런 대통령의 전망에는 자신감이 담겨 있다. 사실 성장률 5%대는 1년전 만해도 DJ의 임기 말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던 것이다.

5%대는 한국경제가 물가압박이나 실업의 부담을 해결하며 그럭저럭 꾸려나갈 수 있는 이른바 잠재성장률 수준을 뜻한다.

대통령의 전망대로라면 한국은 IMF체제가 시작된지 3년이 채 못돼 성장력을 거의 회복하게 된다. 지난 2월 현재 9%대인 실업률이 2년안에 절반 가까운 5%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이같은 성장력 회복을 전제로 한 것인 셈이다.

金대통령의 이같은 낙관은 최근 한국경제에 대한 나라 안팎의 긍정적인 평가 및 전망과 흐름을 같이 한다. 생산.수출이나 부도율.외환보유액 등 각종 경제지표들이 분명한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국가신인도를 투자적격 수준으로 회복시켜 주었다.

연구기관에 따라서는 올해 성장률도 DJ가 제시한 2%를 훨씬 넘는 4% 안팎까지 높여잡고 있다.

대통령이 말하는 성장률.실업률 5%시대가 내년 선거를 감안한 정치적인 허풍만은 아닌 것으로 보는 이유도 이런 분위기에 있다.

그러나 복병들도 만만치 않다. 5%대 실업률 달성에 선행돼야 할 성장률 5%대 회복은 金대통령의 지적처럼 구조개혁의 성공과 그에 따른 경쟁력 회복과 맞물려 있다.

지난 1년간 겪었듯 구조개혁이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근로자 등 모든 경제주체들의 이해와 협조없이는 불가능하다. 대외 변수도 문제다. 예상치 못했던 엔화 약세처럼 국경이 없어진 세계시장에서 겨우 몸을 추스르고 있는 한국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이 발생한다면 두개의 5%는 그저 DJ의 '희망사항' 으로 그칠 수도 있다.

손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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