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경제] ‘벤처 신화’ 골드뱅크 우울한 퇴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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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인터넷 광고를 보면 돈을 드립니다.’

외환위기 당시 혜성처럼 등장했던 골드뱅크가 내걸었던 광고 문구다. ‘벤처 신화’와 ‘거품’을 동시에 상징했던 이 회사가 결국 상장 11년 만에 증시에서 사라진다. 현재 블루멈으로 이름이 바뀐 골드뱅크는 두 번 연속 50% 이상 자본 잠식이 발생하고, 반기보고서에 감사인이 ‘의견 거절’을 표시하면서 4일 상장 폐지를 앞두고 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류제만 공시총괄팀장은 “마지막 절차인 정리매매가 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97년 인포뱅크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이듬해 10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시초가는 800원이었지만 99년 5월에는 주가가 3만7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실적이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주가는 하락 곡선을 탔다. 2002년 사명을 코리아텐더로 바꾸고 재기를 시도했지만 주가 조작과 경영권 분쟁 등에 휘말렸다. 창업자 김진호씨도 ‘스타 벤처기업가’에서 ‘공금횡령범’으로 추락했다. 이후 그랜드포트·룩소네이트·블루멈 등으로 여러 차례 사명을 변경했고, 최대주주도 열 차례 이상 바뀌었다. 10년 전 3000% 이상 치솟았던 주가는 지난달 말 25원으로 마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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