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회견 왜 번복됐나]참모들, 6시간 만류 설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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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 (金泳三.YS)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 연기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의 성격이라는 게 상도동측의 설명이다.

"작전상 후퇴일 뿐 회견을 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 .8일의 심야회합에 이어 9일 오전 상도동에 다녀온 신상우 (辛相佑) 국회부의장.박종웅 (朴鍾雄) 의원.윤여준 (尹汝雋) 여의도연구소장 등의 전언은 한결같다.

朴의원은 "金전대통령께서 회견을 하겠다는 뜻과 의지는 확고하다" 고 전했다.

"연기하길 잘 하셨습니다" 라는 한 측근의 말에 YS는 "그래?" 라며 시큰둥한 반응 속에 매우 결의에 차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YS는 왜, 돌연 기자회견을 번복했을까. 우선 "시기가 적절치 않다" 는 참모들의 강력한 권유를 뿌리치지 못했기 때문이란 얘기다.

이원종 (李源宗) 전 정무수석등 거의 모든 참모들은 "김대중 대통령 취임 1주년이라도 지나고 나야 하지 않겠느냐" 고 극구 만류했다는 것. 한 참석자는 "모임 초반에 회견연기 얘기를 꺼냈더니 YS가 '그 얘기는 하지도 마. 내가 다 알아서 해' 라며 완강하게 나왔다" 면서 "저녁시간이 길어진 것도 YS를 설득하는 일이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 이라고 전했다.

김광일 (金光一) 전 비서실장은 또 "YS는 한번 한다고 하면 하는 사람인데, 연기권유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고 부연했다.

기자회견 결행결정에 대해 YS비서실 표양호 (表良浩) 비서관은 "지난 연말께부터 (기자회견에 대한) 결심을 굳힌 것 같다는 감을 받았다" 면서 알려진 것처럼 산행때 갑자기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둘째는 경제청문회가 진행 중인데다 DJ의 국민과의 대화 (21일) 등 여권의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섣불리 먼저 칼을 들이댔다간 여권과 여론의 대대적 역풍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여권의 대응과 여론추이를 봐가며 해도 늦지 않다는 신중론과 함께 시기와 수위조절을 위해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는 풀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엔 청와대의 거친 반응도 상당히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정길 (金正吉) 정무수석은 8일 회합전 안면이 넓은 대다수 민주계 인사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접촉을 통해 "그렇게 하는 게 절대 도움이 안된다.

국민들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겠느냐" 며 으름장 섞인 우려를 전달했고, 이것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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