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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6급공무원 문지규씨 과로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한달만 참고 기다리면 됐을 텐데…. " 생활고와 퇴출압박에 시달리며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던 하급공무원이 과로로 숨져 주위 사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서울시청 6급 (주사) 직원 문지규 (文智奎.50) 씨는 4일 오후 9시 서대문구 천연동 자택에서 저녁 식사중 힘없이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서울시청 폐기물 시설 운영계에 근무하던 그는 지난해 8월 소속부서가 없어지면서 '퇴출 대기실' 인 인력풀로 가야 했다.

청렴하고 성실하던 文씨가 인력풀로 배치된 것은 5백만원 빚 보증문제로 1년여동안 월급을 차압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주변의 추측이었다.

10% 봉급 삭감에다 직장까지 위협받게된 그는 새벽에는 생계를 위해 신문을 돌렸고 저녁에는 학원에 다니며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과로의 짐이 너무 무거운 탓이었을까. 20여평의 낡은 무허가 한옥집에서 70대의 노부모를 모시고 살던 文씨는 아내와 대학입시를 앞둔 아들 둘을 남겨 둔 채 '구조조정' 이 없는 하늘나라로 갔다.

특히 文씨는 인력풀에서도 성실한 근무 태도를 인정 받아 3월에는 정식발령을 받고 인력풀을 떠나는 것이 거의 확정된 상태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더 안타깝게 하고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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